신사동성당 게시판

금성이란 별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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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라 [bora0200] 쪽지 캡슐

2000-03-28 ㅣ No.1342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1973년의 핀볼’ 본문중..

 

  출근하면서 읽은 부분이다.

  그러고봄..우리의 인생두 20대가 끝이라면..서로 사랑하기에 바뿌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으로..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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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은 구름으로 뒤덮인 무서운 별이다. 무덥고 습해서 주민의 태반은 젊은 나이에 죽는다. 30년을 살면 전설이 될 정도다. 그리고 그만큼 그들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금성인은 모든 금성인을 사랑한다. 그들은 타인을 미워하지 않으며 원망하지 않으며 경멸하지 않는다. 험담도 하지 않는다. 살인도 싸움도 하지 않는다. 있는 건 오로지 애정과 배려뿐이다.

  "설사 오늘 누군가가 죽는다 해도 우리는 슬퍼하지 않는다네. 우리는 그만큼 살아 있을 때 사랑해 두는 거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야."

  금성에서 태어난 조용한 사나이는 그렇게 말했다.

  "미리 사랑해 둔다는 뜻인가?"

  "당신들이 쓰는 말은 잘 알 수가 없군 그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그처럼 잘 살아갈 수 있는 건가?"

  내가 물어 보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성은 슬픔으로 가득 차 버리고 말겠지."

  그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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