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성당 게시판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퍼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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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수 [shipjaga] 쪽지 캡슐

2000-05-01 ㅣ No.1580

또 하나 퍼올립니다.

 

질문) 지난주 회사 직원으로부터 성당에 다니냐면서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주님께서 돌아가시기전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마르코 15. 34)

 

하고 말씀하셨는데 왜 하느님의 아들이면서 아버지한테 나를 버렸냐는 말을 하냐며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말 한마디 하면 아무말도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저도 쉽게 대답을 못해줬고요. 며칠전 미사를 보면서 나왔던 복음이었는데 단지 미사

 

참석에만 의미를 두고 복음 묵상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제가 너무 부끄럽게 생각이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그렇게 쉽게 말하며 비웃는(???) 동료가 미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감사합니다.

 

저를 한번 더 돌아보게 해주고 복음묵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해 볼수 있었으니까요.

 

다음 기회에 다으면 그 동료에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왜? 주님께서

 

그런말씀을 하셨을까요???  

 

 

답) 이 문제는 좀 어려운 문제 입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가지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우선 확실한 것은 (공동번역 성서에도 각주에 나와 있지만) 마르코 복음 15장 34절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으로 하신 이 말은 히브리어로 시편 22장 1절에 나오는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왜 이말씀을 하셨을 까요?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죽어가는 목소리로 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거의 들리지 않았고.. 따라서 그냥 사람들이 추정한 것이다.

 

 2) 예수님께서는 전혀 아무 말씀도 안하셨는데.. 마르코 복음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 구절을 집어 넣었다.

 

 3) 예수님께서는 시편 22장을 암송하시려는 의도에서 제1절을 말씀하시고 다른 구절은 기력히 약해져서 마저 다 말씀하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많은 학자들의 생각은 3번에 많은 표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시편 22편을 읽어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연결할 수 있는 구절들이 많이 나옵니다.

 

 예를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입니다.

 

16절 "손과 발이 마구찔려"

 

18절 "겉옷은 저희끼리 나눠 가지고 속옷을 놓고는 제비를 뽑습니다"

 

 시편 22편은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라고 시작하지만 시편을 읽어보면 내용은 하느님을 원망하는 내용이 아니라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을 하느님께서 구원해 주신다는 내용입니다. 시편 후반부에 특히 24절에 "내가 괴로와 울부짖을 때 ’귀찮다, 성가시다’ 외면하지 않으시고 탄원하는 나의 소리 들어 주셨다"라고 하느님께서 구해주셨다는 고백이 나옵니다. 그리고 25절 이하에는 이런 하느님의 구원에 감사하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내용을 끝맺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은 하느님을 원망하는 말씀이 아니라 시편 22편에 따라 고통과 억압에서 인간을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고 찬미하는 말씀입니다.

 

 

 

다음에 직장 동료를 만나시면 시편 22편을 읽어주면서 그 내용을 설명해 주면 동료께서도 이해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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