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성당 게시판
[말셀](푼글)환경에 관한 교육 자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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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중고등부 사목부에서 행한 교육 자료에 시가 하나 실려 있었다. 환경에 관한 시모음집이 출처라고 하는...
좋았던 기억이 줄곧 남아서 여기에 한 번 퍼올려 볼까 한다.
내가 몰랐던 일
- 이동준 -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저녁밥을 기다리던 수백개의 거미줄이 나도 모르게 부서졌고 때마침 오솔길을 횡단해가던 작은 개미와 메뚜기, 투구벌레의 어린 것들은 내 구두 발 밑에서 죽어갔다.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방금 지나간 두더지의 땅 속 길을 무너뜨려 새끼두더지로 하여금 방향을 잃어버리도록 만들었고 사람이 낸 길을 초록으로 다시 쓸어 덮으려는 저 잔가지들의 애타는 손짓을 일없이 꺾어서 무자비하게 부러뜨렸다.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풀잎 대궁에 매달려 아침 햇살에 반짝이던 영롱한 이슬방울 고고함을 발로 차서 덧없이 떨어뜨리고 산길 한 복판에 온몸을 낮게 엎드려 고단한 날개를 말리우던 잠자리의 사색을 깨워서 먼 공중으로 쫒아버렸다.
내가 기운차게 산길을 걸어가는 동안 이처럼 나도 모르게 저지른 불상사는 얼마나 많이도 있었나 생각해보면 한 가지의 즐거움이란 반드시 남의 고통을 디디고서 얻어내느 것 이것도 모르고 나는 산 위에 올라서 마냥 철없이 좋아하기만 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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