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시베리아에 계신 정영수 신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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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국 [petertel] 쪽지 캡슐

2001-07-05 ㅣ No.1121

예수 마리아 요셉

 

 

존경하는 정영수 라우렌시오 신부님께

 

두 번째 드리는 편지입니다.

몇년전 하지(夏至)쯤 직원의 "다챠"에 갔던 기억입니다.

요즘이 그때쯤이 되어 생각이 납니다.

 

총각김치를 먹고싶어

서울서 갖고 간 달랑 무씨를 뿌리고

얼마나 돋았는지를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일에 가보니 완전히 딴 밭이 되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보아, 알고 있던 생장 속도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엄청나게 키가 자랐더군요.

 

신부님 조금 눈을 크게 뜨고 보시면

추운 겨울동안 웅크렸던 대지에 뿌리를 내리는

다챠의 식물들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일조시간을 길게 주시는

창조주의 신비와 질서를 그렇게 보고서야 조금 알았습니다.

 

저속 촬영한 필름을 정상속도로 상영하면 볼 수 있는

식물의 자라는 모습을

눈만 크게 뜨시면 아마도 신부님께선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전 그걸 보고 하느님께선

정말 공평한 창조를 하셨다고 느꼈습니다.

푸성귀 귀할 그곳 시장에도

지금쯤은 초록빛 소채들이 많이 나왔겠습니다.

 

조나단은 높이 날며 세상을 봤지만

신부님은 눈 크게 뜨고

채소와 들꽃이 자라는 것을 직접 보세요.

 

거대한 시게 탑 시침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과 비교될까요?

 

**다챠: 러시아인들의 별장

 도시근교외의 일정단지에 작은집도 지어놓고

휴식과 함께 채소류 등의 상당량(?)을 자가조달 하는데

가구 당 10솟(약300평)의 넓이로 각종 채소, 감자 등과

작은 실과나무를 심어놓고 여름철 주말만 되면 온 가족이 일을 함.

그 다챠 농사를 매우 중요시하며 온갖 정성을 다하여 다차를 운용.

우리와 같은 휴식개념만의 별장은 아님.

주인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채색과 치장이 달라

매우 평화롭게 보이나 별장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전 가족이 모든 주말을 소비함.

 

이런 식의 텃밭을 이북에도 허용한다면

굶어 죽는 이가 줄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슴.

 

조 베드로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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