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6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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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0-02-12 ㅣ No.441

                      연중 제6주일(나해, 2000. 2. 13)

                                                        제1독서 : 레위 13, 1∼2. 44∼46

                                                        제2독서 : 1고린 10, 31 ∼ 11, 1

                                                        복   음 : 마르 1, 40 ∼ 45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중·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졸업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졸업이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합니다.  사실 졸업을 한다는 것이 학교의 생활을 끝맺는다는 것이지만 졸업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생활을 어떻게 했는가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제가 신학생때 많은 이들이 언제 졸업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신부가 되어야 졸업하는 것이 아니냐고 답을 했는데 저도 신부가 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 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제가 되고 보니 결국 사제 서품을 받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학교 생활도 지금의 사제 생활도 끝이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은 항상 살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를 측은하게 생각하시어 그를 고쳐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병환자를 고쳐주시고 나서 그에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한 대로 예물을 드려 네가 깨끗해진 것을 그들에게 증명"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았다고 하여 공동체로부터 쫓겨났던 그를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레위기는 심한 피부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사제에게 데려가고 사제는 악성 피부병에 걸린 사람을 부정한 사람이라고 선언해야 하며, 그는 진지 밖에 자리잡고 따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질병이 공동체에 전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악성 피부병 환자가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윗수염을 가리우는 것은 자신이 부정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는 "선생님은 하고자만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 주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나병환자 자신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고쳐 주실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병환자가 이 말을 하기까지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나병으로 인해 변해버린 자신의 혐오스러운 외모와 다른 이들에게 전염된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 했듯이 예수님께서 자신을 멀리 하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너무도 쉽게 그를 고쳐 주십니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를 보면서 우리도 우리의 자격지심으로 예수님께 다가서기를 주저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우리가 예수님께 다가서는 이들의 걸림돌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은 유다인에게나 그리스인에게나 하느님의 교회에나 어느 누구에게든지 양심의 가책을 받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상에게 희생 제물로 바쳐진 고기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율법의 규정에 따라 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우상들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므로 그 고기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보통 고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율법을 조심스럽게 지키는 이웃이 있다면 그 앞에서 고기를 먹는 일을 삼가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고기를 먹고 먹지 않고 하는 일은 별일 아니지만, 이웃의 믿음을 흔들어 놓는 일은 결코 별일이 아니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모든 이의 종이 되었습니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믿음이 약한 이들 앞에서 자유를 절제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혹시 다른 이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일은 오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새롭게 주어지는 한 주간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생활이 우리의 자유가 다른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두려움 때문에 하느님께 나아가려고 하는 이들, 신앙을 막 시작한 이들에게 하느님께 나갈 수 없게 막고 있는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결과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병환자가 용기를 내어 예수님앞에 나갈 때까지 많은 용기를 내었듯이 우리도 결과보다는 준비하는 시간과 마음의 준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웃들에 다가서서 그들과 함께 나누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야겠습니다.  함께 기도하면서 예수님께 나아가는 나병환자의 용기처럼 우리도 용기를 내어 사랑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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