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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내리고음악이흐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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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B612-J] 쪽지 캡슐

2000-09-15 ㅣ No.2924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외려 그런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나더군요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 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던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해 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 준 모든 것들,

 

하다 못해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는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모조리 쏟아부어 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섭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는 그것들을 돌려 줄 대상이 없다는 것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 주어야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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