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나는 미륵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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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godandme] 쪽지 캡슐

2000-12-06 ㅣ No.1943

학생들 가르치느라

 

그 흔한 저녁 드라마 한 번 제대로 못 보는 나...

 

’가을 동화’에 애들이 왜 나오기만 하면 울어대는지

 

줄거리가 전혀 안 잡히던 내가...

 

역사극이나 시대물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본이(?) 아니게 보게 되는 ’왕건’

 

조선왕조의 육룡들의 이야기에서 한층 더 나아가

 

고려사를 화두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역동적인 스토리보드......

 

 

 

 

그런데 거긴 우리 아버지의 모습과 꼭 닮은 배우가 나온다.

 

김 영 철...(외모가 닮았다는 말씀) ^^

 

궁예의 모습으로 자칭 미륵으로 살기에 마음에 한껏 포부가 컸던

 

진정 사나이다운 기세로 등장한다.

 

백성을 앞에 두고 "내가 바로 미륵이오."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

 

대단한 정체성이란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위험한 생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보는데...

 

 

 

 

 

요 며칠 세상에 겁없이 산다고 자부하며

 

젊기에 당당했던 내가

 

직장내 사람과 불편하게 지내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난 왜 그 순간에

 

"나는 미륵이 아니오"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는지.................지금도 알 수가 없다.

 

종교적으로도 그런 대사(?)가 내 머리 속에 나올 리 없었을 텐데...

 

왕건을 보다 보니 머리 속에 불현듯 생각이 났다 보다.

 

 

 

 

 

 

고등학교때 KYCS를 하면서 기도 중에 매번 이런 내용을 올렸던 것이 기억난다.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과 함꼐 행하며, 주님의 기준으로 판단하게 해 주십시오"

 

라는...

 

나는 꾸물거리고 사는 물생(충담사 ’안민가’ 인용)인지라...

 

화식 먹는 속인인지라....

 

자꾸만 살면서 실수하고 사람의 마음에 상처 주고

 

나 자신을 속이기도 하는가 보다.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처럼 살아야 하는데

 

오늘....맘에 너무 좋지 못하고...

 

주님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만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할 날들 동안 과연 몇가지를 더 좋게 마무리 지을런지...

 

 

 

 

 

 

지난 달에 사표를 내고 다음 주 화요일이면

 

우리 나라 실업자 백만 한번째를 기록하게 되는데...

 

그날이 되면 나는 한없는 어리광으로 아버지집에 뛰어가

 

억울하고 힘들었던 지난 날들을 고백하고  

 

위로 받고 용서 받으며 마음을 풀어 놓고 싶다.

 

사교육의 병폐에 동조하며 지내 온 날들을 고백하고 싶다.

 

 

 

 

 

 

왜....

 

 

 

 

 

나는 미륵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더군다나 보이는 것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세상도 제대로 해석할 줄 모르는 철없는 20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먼 훗날 누군가 나의 결정을 어리석다 질책한다면

 

나는 그때

 

그 어리석음이 20대라는 철없음에 기인했다고 고백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주절거림을 부끄러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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