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터

a diary of mother &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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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국 [skpaul] 쪽지 캡슐

2002-09-25 ㅣ No.113

* 엄마의 일기

 

 

눈물을 흘리며...

 

어두운 밤 눈가에 흘리는 눈물을

 

누군가 볼까 봐 연신 주위를 살폈다.

 

내일은 내 사랑하는 아들 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다.

 

주인집 아줌마에게 사정을 해서 만원을 빌렸다.

 

김밥 재료를 사고 3000원이 남았다.

 

아들은 내일도 웃으면서 돈을 받지 않을 것이다.

 

****************************************************

 

아침에 눈을 떠보니 벌써 애는 일어나

 

나를 멀그러니 바라보고 있었다.

 

김밥을 싸고 있는데 자꾸 눈물이 나온다.

 

혹시나 볼까 봐 뒤로 앉았더니

 

애는 뭘 아는지 밖으로 나간다.

 

벌써 다 큰걸까?

 

남들처럼 잘 먹였으면 키도 많이 컸을텐데 ....

 

올 겨울이 걱정이다.

 

주인집에선 나가길 원하는 눈치인데 ....

 

내일은 파출부 자리나 알아봐야겠다.

 

 

 

 

 

* 아들의 일기

 

 

 

엄만 오늘도 우셨다.

 

내일은 말해야 할텐데....

 

학교 등록금을 안낸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이제 반년만 지나면 졸업인데

 

자꾸 가슴 아픈게 심해진다.

 

양호실에 가서 또 진통제를 받아야 하나...

 

엄만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신문배달도 요즘 들어서 하기가 힘들어진다.

 

뛸 수가 없으니...

 

 

 

 

 

* 엄마의 일기

 

 

 

오늘도 아이는 도시락을 조금 남겼다.

 

매일 김치만 싸주니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이나?

 

 

 

 

 

* 아들의 일기

 

 

 

어제 저녁에도 엄마에게 등록금 얘길 못했다.

 

간장에 밥 비벼 먹는 내 모습에 어머니가 서럽게 우셨다.

 

내일은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자퇴를 해야겠다.

 

돈을 벌어 어머니를 내가 모시는게 날 것 같애!

 

아버지 제사날이 내일인데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 엄마의 일기

 

 

 

아이가 잠을 못자는 것 같다. 어디가 아픈건 아닌지?

 

 

 

 

 

* 아들의 일기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학교를 그만 두었다.

 

내일은 신문보급소에 가서 얘기하고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

 

어제밤에 한숨도 못 잤다.

 

몹시 아팠지만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물도 못 마셨는데

 

밥을 너무 못먹어서 그런가 간장만 먹으면 설사를 하니...

 

1200만원에 내 장기를 사준다니...

 

엄마에게는 그냥 주웠다고 말해야겠다.

 

좀더 살고 싶지만 엄만 너무 힘들어 하신다.

 

내일은 아버지 산소에나 가봐야겠다.

 

 

 

 

 

* 엄마의 일기

 

 

 

아들에게 고기를 사줄려고 머리를 잘랐다.

 

보자기를 쓰고 있는데 아들이 그냥 울고만 있다.

 

고기는 먹지도 않고...

 

 

 

 

 

* 아들의 일기

 

 

 

오늘 돈을 받았다.

 

엄만 길거리에서 주웠다고 하면

 

반드시 돌려 주라고 하실텐데...

 

당분간 내가 갖고 있어야겠다.

 

방학을 맞아 친구네 놀러 간다고 하니 엄만 믿으신 거 같다.

 

편지를 쓰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 엄마의 일기

 

 

 

아들이 방학을 맞아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단다!!!

 

난 흔쾌히 허락했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것보단... 잘 먹을 수 있겠지...

 

그런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들을 다시는 못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에이...괜한 걱정이겠지

 

 

 

 

 

** 아들의 마지막 편지 **

 

 

 

어머니께

 

정말 사랑해요.

 

슬퍼하지 마시고, 진지 꼭 챙겨 드세요...

 

그냥 저멀리 여행갔다고 생각하시고...

 

그냥 엄마에게 효도 많이 했으니까

 

아버지에게도 해야지요...

 

아버지도 반가워 하실꺼예요...

 

눈물은 제가 오늘 다 흘릴테니까요...

 

어머니 이젠 눈물 흘리지 마세요...

 

저 백혈병이래요.

 

수술해도 안된데요...

 

어머니 저 잊지 마시고요,

 

다음 세상에도 제 어머니 되어 주세요.

 

사랑해요...

 

돈은 제가 선한일 해서 번거니까 마음껏 쓰시고요...

 

먼저 가서 죄송해요...

 

참 저 생각 나시면 김밥일랑 만들어 두세요...

 

어느 집 보다 맛있어요...

 

울지 마시고요...

 

꼬옥 오래 사시고 오세요.

 

아들 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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