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앙생활 Q&A 코너

오늘은 참 슬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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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9 ㅣ No.2034

오늘은 참 슬픈 날

 

오후 1시 넘어서

사촌 막내 동생 전화가 왔다.

 

작년 초겨울에 쓰러진

띠동갑 막내 삼촌

여태 병간호 하느라 여념이 없을텐데,

하면서

혹시... 하는 불안한 마음과 함께 받았는데,

 

이를 어쩌나...

 

한달 입원한

재활치료 병원에서

퇴원하려고 하는 오늘

새벽에

갑자기 뇌경색이 와서

주무시다가 그대로 별세하셨다고 한다.

 

 

이제 40 초반인 어린 동생이 얼마나 힘들어 할까...

 

 

아!

나 어릴 때,

고향집에서 함께 놀던

막내 삼촌이

갑자기 떠나셨다고 한다.

 

아!

평생을 할배, 할매 모시느라

고향집을 떠나지 못하셨던

내 막내 삼촌이

오늘 새벽에 갑자기 떠나셨다고 한다.

 

아!

봄이면

풀피리 만들어

불어주던

내 막내 삼촌인데...

 

아1

호롱불 아래에서

깡보리밥

함께 먹었던

내 막내 삼존인데...

 

아!

먹을 것 없어

앞마당에 심은 감자

수확한 후에는

점심 식사로

삶은 감자

얇은 껍질 벗기고는

함께

소금에 찍어 먹었던

내 막내 삼존인데...

 

아!

먹을 것 없던

한여름에

배 고파 징징거리면

슬그머니 단감 따 주었던

내 막내 삼촌인데...

 

아!

한여름 밤이면

반딧불 잡아주던

내 막내 삼촌인데...

 

아!

사시사철

물지게로

먹을 물 날랐던

내 막내 삼존인데...

 

아!

명절 때마다

고슬고슬 익힌 찹쌀밥

정지 앞 돌절구에

직접 떡메 내려쳐

찰떡 만들었던

내 막내 삼촌인데...

 

아!

제사 때마다

문어에 가위질 하여 이쁘게 모양 내었던

내 막내 삼촌인데...

 

아!

군대 가던 날

할매는 마을 어귀까지

안절부절하며 배웅나와

눈물 흘리면서

아들 손 붙잡고 놓지 못하셨던

내 막내 삼존인데...

 

아!

멀리 군대 가 있을 동안

보리 수확 시기

쌀 추수 시기에

때 맞추어 휴가와서

뼈빠지게 일만 하고

복귀하였던

내 막내 삼존인데...

 

아!

84년 여름에 유학가느라

내가 연로하신 할배, 할매와 생이별 하던 날,

나에게 이별주를 권하였던,

내 막내 삼촌이

오늘 새벽에

그냥 떠나셨다고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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