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배려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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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 [kcwat] 쪽지 캡슐

2001-11-25 ㅣ No.8700

가슴으로 읽는 글                배려하는 가족

 

우리 안경점에서 늘 안경을 맞추시는 아저씨가 있었다.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시는 아저씨는 부인과 2남 3녀의 자녀, 그리고 장모님이 한 집에 살고 계셨다.

 

어느날 아저씨가 초췌한 모습으로 안경점에 들어오셨다.

머뭇머뭇 꺼내시는 얘기인즉 장모님 안경을 맞춰드려야 하는데 장모님이 가격이 비싸다고 한사코 안 맞추려고 하신다는 것이다.  

어려운 살림이라 아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아저씨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아내와 장모님이 부담 느끼지 않고 자신에게 미안해하지 않게 안경이 아주 저렴한 가격인 것처럼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만원을 내놓으며 아내와 장모님 앞에선 정가에서 오만원을 뺀 가격을 말해 달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온 가족이 안경점에 왔다.

할머니가 고른 안경은 정가가 십만원 꼴이었다.  

아저씨와 미리 짠 대로하면 오만원이었지만 할머니 표정으로 그것도 비싸다며 놀라실 것 같아 나는 가격을 만원이라고 말해버렸다.   

'경로우대 특별서비스'라는 그럴듯한 거짓말까지 둘러대며‥‥‥

 

할머니는 안경을 써 보시고 가격도 싸고 좋다며 자꾸만 거울을 보셨다.

이어 아저씨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는데 진열대 밑에서 불쑥 손자 녀석이 고개를 내밀더니 꼬깃꼬깃 접은 천원짜리 여섯 장을 내놓는 것이었다.

할머니 안경 해 드리려고 동생이랑 모은 것이라며 수줍게 웃는 꼬마의 말에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눈자위가 점점 붉어지는 듯 했다.  

나는 그 만원도 차마 받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때때로 충분히 가진 다음에야 나눌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앞두고 나 자신이 가족들에게,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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