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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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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희 [agnesa] 쪽지 캡슐

2000-01-08 ㅣ No.436

딸그락 딸그락, 잠에서 막 께어났을 때 부엌에서 들리는 물끓이는 소리 그리고 커피향...... 밖에는 눈이오고..... 행복한 아침.

 

이렇게 눈이오는 날이면 난 왠지모를 행복감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주머니에 가진돈은 없지만 그래두 멋진곳에 가서 그림감상두하고, 영화도 보고, 친구와 팔짱끼고 찬바람이 부는 작그마한 골목길을 걸어가 보고 싶기두 하다.

그 길가에 있는 작은 선물가게에 들러 이쁜 편지지 사서 고생하는 친구에게 편지두 쓰구...... (군대에서 이등병으로 한참 기고 있는 그 친구) ...... 그리고 아무도 밟지 않은 산길을 걸어가 보고 싶기두 하다.

 

눈이 내리는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이니 몇 년전 떠났던 겨울 산행이 생각난다. 너무나 그립게 보고싶은 곳 지리산.. 너무나 고생스러워서 올라가면서 내내 다시는 오지 말자고 하던 그 산이 왜 이리 보고싶은 것일까.

 

지리산, 지리산은 다른산에서 느낄수 없는 포근함과 따뜻함을 나에게 주었다.  

그 산을 다녀오고 일년간은 내내 그 곳을 바라보고 지냈고, 다음해에는 힘든일이 있을때마다...........그리워서 그리워서 사람들에게 주절주절 거리며.........몇 년간 내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힘든 산행이 그 산을 오르며 내내 내 자신에게 속삭이였던 말 ’넌 꼭 가야만해.....’ 너무나 힘들었다. 물런 정상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 큰산에서 중도포기란 있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인적도 없는 그곳 ........ 멈출수 없는 길이였다. 이 곳에서 멈추어 버리면  얼어죽을거라는 생각, 너무나 큰 산, 가도가도 매냥 그길이 그길같아 보이고 대체 이 산의 끝이 어딘가 싶구 정상은 어디에 있는가 싶구, 산장들은 왜 그리 많이 떨어져있는지..

 

설경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내리치듯 떨어지는 눈발에 길을 잃어버리기도하고..... 하지만 그 산은 불안감 보다는 ’아니야 괜잖아 금방 길이 나올거야...’왠지 모를 여유

 

너무나 지치고 힘든 모습으로 산장에 도착하였을때 따뜻하게 방기어 주시던 아저씨들... 그리고 우리 많이 힘들어 보인다시며 밥 많이 했으니 같이 먹자고 하시던 말씀.....그 따뜻함...

순간 오늘 하루 지치고 힘들었던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내일의 산행을 다시 떠올리며.....흥분......

 

삶의 작은 감동속에 하루의 피로를 잊고 또 다른 내일을 설계했던 그 때......

다시한번 그 산에 가보고 싶다.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너무나 그리운 지리산, 눈과 함께 찾아온 그때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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