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우리 자신도 용서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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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boyne] 쪽지 캡슐

2000-09-06 ㅣ No.1610

 

"미치. 내가 죽어간다니까 사람들이 훨씬 더 관심을 기울여주는군."

 

"선생님은 항상 관심을 끄는 분이셨어요."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예요. 정말 그렇잖아요.’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실은 이런 이유 때문이야. 사람들은 나를 다리로 생각해. 난 예전처럼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죽은 것도 아니야. 뭐랄까…. 그래. 난 일종의…. 그 중간에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

 

그는 몹시 힘든 기침을 하고 나선 다시 미소지었다.

 

"난 지금 마지막 여행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내게 어떤 짐을 챙겨야 하는지 듣고 싶어하지."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미치. 우린 자신도 용서해야 해."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 자신을요?"

 

"그렇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용서해야 하네.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일이 이러저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난 언제나 ’연구를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또 ’책을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네. 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런 질타가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겠어. 화해하게.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나는 몸을 굽혀, 휴지로 눈물을 닦아드렸다. 선생님은 눈을 깜빡이며 크게 떴다 다시 감았다. 숨소리가 가볍게 코고는 소리 같았다.

 

"자신을 용서하게.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게, 미치. 누구나 나처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지음. 공경희 옮김-

 

 

 

좋은 글 있어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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