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수목원에서 눈 감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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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진 [monicacho033] 쪽지 캡슐

2001-01-07 ㅣ No.2423

                      겨울이 되면 나는 눈의 나라 시민이 된다.

                      온세상 눈이 다 이 고장으로 몰린다.

 

                      고요하라 고요하라

                      희디흰 눈처럼

                      차고도 훈훈한 눈처럼

                      고요하라는 계율에 순종한다

 

                      사랑을 하는 이들은

                      안개의 푸른 발

                      이사도라 단칸의 맨발이 되어

                      부딪치는 불꽃이 되기도 한다

 

                      겨울이면 나는 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

                      유순하게 날개를 접는다

                      그러나 이따금 불꽃이 되고

                      허공에서 눈물이 되려 할 때가 있다

                      슬픔이 담긴 눈송이들끼리.

 

                                    김후란의 <눈의 나라>

 

-  수목원에서 눈구경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보좌신부님  환송점심을 마치고. 수녀님과 형제 자매들과 함께  홍릉 수목원으로 갔습니다. 그곳에  가서 "허공에 시를 쓰며 날리는 눈"(시인 유시화)을 맞으며 겨울숲에 내리는 눈 구경을 하였습니다.

 눈을 뭉쳐서 서로 던지며 철없는 어린이들처럼 뛰놀았습니다.- 팔짝팔짝 뛰며  즐거워하시는 원장수녀님과 아가다수녀님.  천지를 뒤덮은  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무도 가지않은 눈 쌓인 숲길을  한없이 걷고, 또 눈을 뭉쳐서 냄새를 맡아 보기도 하고 "어느  먼곳에서 들리는 그리운 소식"인양 눈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면서.

 

 눈은  산수유의 붉은 열매 위에도, 빈 겨울 나무가지들에도 가리지않고  내려  목화꽃 같은 흰눈꽃 뭉치를 매달아 계절의 축제를 벌여주고 있었고  ... "차고도 훈훈한 눈"은   잃어버린 옛날로 옛날로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기획분과 사목위원 박종영 형제님의  연구실에서  설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한잔 마시고 ... 이곳이 서울인지 설악산의 어느 산자락인지 구분이 안 가는 환상의 세계 속에서 한참 헤매다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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