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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자리개질의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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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0-10-04 ㅣ No.1827

10.3 충남 서산 해미에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속칭 "해뫼"라 일컬어지는 해미고을은 역사적으로 조선초기에 병마절도사의

치소를 둔 곳으로서 내포일원의 해안수비를 명목으로 진영장은 국사범을

독자적으로 처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해미진영은 1790년대부터 1880년대 이르는 100년간 천주교 신자들을

국사범으로 대량처형한 오명을 남기고 있으며 이 기간동안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 등 조정의 천주교 탄압을

공식화할 때 외에도 해미진영은 지속적으로 내포지방의 천주교신자들을 잡아들여 죽였습니다.

 

대부분 가난한 농민이나 소외된 천민들이었다고 하니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위해

하나뿐인 목숨까지 아낌없이 내어준 신앙선조들의 고귀한 희생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병인대박해시에만도 조정에 보고된 해미진영의 천주교신자 처결 숫자가

1천여명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그 이전 80년간에 걸친 해미진영의 지속적인

천주교신자 처결 숫자는 약3.0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답니다.

김대건신부님의 증조부 김진후 비오께서도 이곳 감옥에서 옥사하셨는데

이 감옥터에는 당시 손발을 묶고 머리채를 묶어서 순교자들이 매달리어

고문대로 쓰여지던 호야나무 가지가 지금도 흔적을 지니고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내포에서 끌려와 감옥에 갇혀있던 그 많은 순교선열들을 군졸들은

매일같이 해미진영 서문밖에 끌어내어 교수,참수,몰매질,석형,백지사형,동사형

등으로 죽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더욱 잔인한 방법이 고안되기도 했는데, 돌다리 위에서 죄수의

팔다리를 잡고 들어서 메어치는 자리개 질이 고안되어 죽이기도했고,

여러명을 눕혀 놓고 돌기둥을 떨어뜨려 한꺼번에 죽이기도 하였는데

혹시라도 꿈틀거리는 몸둥이가 있으면 횃불로 눈알을 지져대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해미진영의 서문 밖은 항상 천주학 죄인들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그 피로 내를 이루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특히1866년 병인년부터 1868년 무진년에 이르는 대박해시에는 많은 숫자의

죄수들을 한꺼번에 죽이면서 시체처리의 간편함을 위하여 생매장형이

시행되었는데 해미진영의 서녘 들판에 십수명씩 데리고 나가서 아무데나

파기 좋은 곳을 찾아 큰 구덩이를 만들어 산사람들을 밀어넣어 흙과

자갈로 묻어버렸다고 합니다.

 

또한 생매장형이 시행되면서 여름철 죄인의 수효가 적을 경우는 사령들이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개울 한 가운데에있던 둠벙에 죄인들을 꽁꽁묶어

돌을 달아서 물속에 빠뜨려 죽이는 수장방법이 사용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삼천여명으로 추정되는 순교자들 중 70여명만이 불확실한 이름과

출신지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을뿐 그밖의 모두는 무명순교자들이라고 합니다.

 

해미진영은 처형후 문책의 배후세력을 갖지 못한 서민층 신자들만을 심리나

기록절차도 없이 마구잡이로 죽였던 것입니다.

 

저는 자리개-질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었는데 이번 순례에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 자리개를 가지고 곡식단을 묶어서 타작하는 일. *태질"이라고 나와있더군요.

 

어찌 같은 민족으로서 이토록 잔인하게 개구리를 죽이듯이 사람을 돌에다

패대기를 쳐서 내장을 파열시키고, 머리를 부수어서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앞에 몸서리가 쳐지는 전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참으로 하느님께 큰 죄를 지었음을 가슴속 깊이 뼈저리게

느껴보았습니다.

 

정성스럽게 정돈된 해미는 한가로운 농촌이었고 소박한 곳이었으나 그 옛날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고는 상상도할 수 없었지만 각종 순교유물들을 보고

그 시대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모두 받아들이고 잔인한 세월을 함께 했을 성곽을 보면서

서글픔이 느껴졌습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신앙인으로서 참모습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

 

 

신앙선조들을 자랑만했지 진정 내가 그들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인가?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던 유익한 휴일이었습니다.

 

그 옛날 순교자들처럼

주여

일상에서 죽게하여 주소서.

 

가져도 가져도 지칠줄 모르는 탐욕을

매질하여 주시고

느닷없는 시기와 미움과 분열을

족쇄 채워 주소서

 

형제들에 대한 무관심과 저 자신의 오만에

목마르게 하시고

아집과 편견과 독선에

굶주리게 하소서

 

날마다 나로부터 죽게 하소서.

죽음으로 생명 풍요로워짐을 깨닫게 하소서.

당신과 하나되게 하소서.

그 옛날 순교자들처럼....

 

비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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