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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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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08-02-12 ㅣ No.6356

                              두 종류의 기도   

                              바다에 폭풍이 일어 배 한 척이 난파하면서

                               배에 타고 있던 사내 둘만이 살아서

                              손바닥만 한 섬까지 어렵사리 헤엄쳐 갈 수 있었다.

                              두 사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매다가

                              이윽고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데 합의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누구의 기도가 더 힘이 있는지 알고 싶어

                              두 사내는 작은 섬을 둘로 갈라 한 사람은 이쪽 끝에,

                              다른 한 사람은 다른 쪽 끝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들은 제일 먼저 먹을 것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이쪽 사내는 이튿날 자기 구역에서 열매 맺은 나무를 발견하고

                              그것으로 배를 채웠다.

                              반면에 저쪽 사내의 구역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 주일이 흐른 뒤,

                              이쪽 사내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아내를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이튿날 다른 배 한 척이 난파되었고,

                              유일한 생존자인 여인 하나가 그의 구역으로 헤엄쳐 왔다.

                              여인이 그의 아내가 된 것은 물론이었다.

                              저쪽 사내에게는 여전히 생기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쪽 사내는 곧 이어 자식과 집과 의복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이튿날 기도했던 것 모두를 얻었다.

                              섬 저쪽 사내는 여전히 빈손으로 남아 있었다.


                              이쪽 사내는 끝으로 자신과 가족이 섬을 벗어날 수 있도록

                              배 한 척을 보내 달라고 기도했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배 한 척이 가까운 해변에 밀려와 있었다.

                              이쪽 사내는 저쪽 사내를 그대로 섬에 남겨 두고 떠나기로 작정했다.

                              저쪽 사내의 기도는 전혀 응답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결코 축복을 받을 만한 위인이 못 된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배에 올라 저쪽 사내를 뒤로 하고 떠나려 할 즈음에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는 어찌하여 네 동료를 남겨 두고 떠나려 하느냐?"

                              사내가 대답했다.


                              "내가 받은 축복들은 내가 빌어서 받은 것들이니

                              나 혼자 누려야 할 몫입니다.

                              저 사내는 기도해도 응답 한 번 받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어떤 축복도 누릴 자격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목소리가 사내를 책망하며 꾸짖었다.


                              "헛소리 말아라, 내가 응답한 기도는 바로 저 사람의 기도니라.

                              그의 기도가 없었던들

                              너는 아무런 축복도 얻어 누리지 못했을 것이니라."

                              사내는 지지 않고 응수했다.


                              "저 친구가 무슨 기도를 했기에

                              내가 받은 이 모든 축복이 그의 덕이란 말입니까,

                              어디 말 좀 해 보시지요?"


                              "저 사람은 너의 모든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느니라."

                              <앤드류 마리아,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성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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