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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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정 [lovelysijung] 쪽지 캡슐

2000-01-16 ㅣ No.2166

[1113/1141] 장미 한송이 게시자 : pjw1218(박상호) 본문크기 : 10Kb 게시일 : 2000/01/09 19:36 조회/추천 : 130/17 -------------------------------------------------------------------------------- 평소의 지긋지긋하던 눈물 많음이 오늘은 얼마나 고맙던지 -- 따뜻한 눈물 줄기에 행복한 미소와 가슴 벅찬 감동을 담아 울게 해주던 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역이 고되지 않은 탓과 타고난 올빼미 체질이어서 그런지 밤새기를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라 새벽 다섯시 경쯤이면 문가에 신문 떨구고 가는 소리를 듣는 일이 허다합니다. 지난 달 어느 날 쯤, 그날도 밤을 새운 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금방 내린 신선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이었나 봅니다. 문 밖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충동적으로 달려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읽고 있던 책에 싫증을 내고 있던 차라 신선한 잉크 냄새가 더욱 반가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미처 떠나지 못한 신문 배달원과 맞닥뜨리게 되었고 캄캄한 공간에서 낯선 이와 단둘이만 서있다는 공포가 소리 한마디 못내어놓고 그 자리에 얼어붙게 했습니다. 놀람이 지나쳐 오히려 상대의 민망함만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이미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배달원이 떠난 후였습니다. 인사 한마디, 사과 한마디 심지어는 웃음섞인 사과의 말에 대답마저 못해주었던 그 일이 두고두고 미안함으로 남아 신문이 배달되어 오는 시간이 되면 더욱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곤 했습니다. 혹여, 잘 놀래는 성격의 경망함이 그 소년의 마음 속에 무시당한 기분 같은 감정을 남겨놓은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생각 끝에 며칠 전,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배달 소년이 오기 전에 쪽지와 함께 문가에 놓아두었습니다. " 미안...원체 크게 잘 놀라는 편이라 그 날도 말을 못했네요. 같이 놀랬는데 나만 유난스러웠던 것같아 미안했어요. 겨울길 더 춥지 않길 바라면서... 새벽길 더 어둡지 않길 바라면서... 받아줘요. 사과의 의미로..." 그저 색실 단순한 털장갑에 작은 손전등이 전부였던 선물이었지만 누군가에게 사과의 의미로 마련하며 전해보긴 처음이었던 바라 그 학생의 반응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가에서 뜻밖의 선물을 발견했습니다. 단정히 놓여진 신문 위에 이쁘게 놓여진 장미 한송이와 접힌 쪽지 하나...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선물 감사합니다. " 내용은 이것이 모두였지만 놓여진 꽃 한송이에 소년이 미처 표현 못한 고운 말들이 더 많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무거운 신문 뭉치들을 옆에 낀 채 행여나 꽃이 상할까, 곱게 접은 쪽지가 구겨질까 마음쓰며 내 집앞에 도달했을 소년의 정성이 눈에 보였습니다. 장미 한송이의 향을 감동과 함께 깊게 그리고 오래 들이마실 수 있었던 행복한 아침이었습니다. ---------------------------------------------------------- 그냥 잊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두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넘 이쁘죠? 이런 마음 가지고 산다는게 참 부럽네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참 닮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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