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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컴맹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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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psi0521] 쪽지 캡슐

2001-01-07 ㅣ No.2328

<컴맹의 일기장>

 

◆ 8월 7일 금요일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컴퓨터를 샀다.

엄마한테 너무 감사 드린다.

컴퓨터가 참 이쁘게도 생겼다.

방문을 잠그고 슬쩍 컴퓨터에 뽀뽀했다.

참 사랑스러웠다.

오늘 밤엔 컴퓨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관찰해야 겠다.

 

◆ 8월 8일 토요일 어제부터 관찰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켜지는 건지 통 모르겠다.

POWER라는 키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원은 아닌 것 같았다.

POWER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았지만 힘, 능력, 재능이라는 뜻이었다.

역시 아닌 것 같아 건들지 않았다.

피곤한 하루 였다. 내일은 꼭 컴퓨터를 켜고야 말겠다.

 

◆ 8월 9일 일요일 아무래도 RESET키가 의심스러웠다.

다시 사전에서 찾아 보았다.

RESET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 아주 수상쩍었다. 심호홉을 하고 한번 눌러 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난 의지에 사나이다.

오늘도 정말 피곤 했다.

난 속으로 ''컴퓨터야, 내일 보자꾸나'' 하고

모니터에 뽀뽀를 했다.

조금 쑥쓰러웠지만 난 그 만큼 컴퓨터를 사랑한다.

 

◆ 8월 10일 월요일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어머니에게 컴퓨터 학원에 보내 달라고 했다.

학원은 내일 부터 가기로 했다.

내일이면 학원에서 컴퓨터 켜는 법을 배울 것이다.

내일이 너무 기다려진다.

빨리 자야지~

 

◆ 8월 11일 화요일 어제 일찍 잤구만은 늦잠을 자버려 학교에 지각했다.

지각한 벌로 화장실 청소를 하는 바람에 컴퓨터 학원 에도 지각했다.

친절한 선생님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난 열심히 배웠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컴퓨터 켜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내일은 좀 쑥쓰러워도 당당히 물어 보리라.

집에 도착해서 난 학원에서 배운 것을 까만 모니터를 바라본 체 자판만 두들겼다.

 

◆ 8월12일 수요일 역시 ''용기있는 자가 지식을 쌓는구나''라는 옛말이 생각 났다.

내가 선생님께 질문하자 선생님도 정말 흐믓하신지 마구 웃었다.

무슨일이 있는지 주위의 초등학생들도 마구 웃는다.

드디어 학원에서 컴퓨터 켜는 법을 배웠다.

집에와서 어머니에게 말씀 드리니 어머니께서 축하하신다며,

짜장면을 시켜 주셨다.

고마우신 우리 어머니...

 

◆ 8월 13일 목요일 드디어 컴퓨터를 켰다!

물론~ 모니터도 켰다!

잠시 컴퓨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색깔 배경에 멋있는 그림이 나오는게 아닌가. 역시 많은 돈을 주고 컴퓨터를 산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끄는 법을 몰랐다.

매우 당황 되었다.

 

◆ 8월 14일 금요일 오늘 학원에서 컴퓨터 끄는 법을 물었다.

역시 선생님 께서 웃음을 지으며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달려가,

어제부터 켜져 있던 컴퓨터를 껐다.

컴퓨터를 만져 보니 매우 뜨거웠다.

나 때문에 컴퓨터가 열받았다는 그런 웃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난 이미 컴맹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채로 열을 시키 려니 팔이 아팠다.

내일은 선풍기로 열을 시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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