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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904]올바른 삶은 깨어지는 달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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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2-10 ㅣ No.906

새출발을 하는 주영이에게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주영아, 나다.

오늘 새벽 미사에 나오지 않아, 어디 아픈가 조금 걱정을 했지. 괜찮은 것을 보니 안심이 되는구나.

 

네 글 제목, '삶은 계란'을 처음 대하면서, 나는 '날 계란'이 아니라 '삶은 계란'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었단다. (단순한 것을 보니 아마 나는 나중에 聖人인 될 거 같다.)

주영이의 글을 읽어가면서 보다 심오한 뜻을 알게 되었지. '삶'은 '계란'이라는 것을 말이야. 지난 번에 이야기했듯이,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구나. '올바른 그리고 참된' 삶불의와 불평등이 만연한 커다란 바위 같은 세상에 '부딪혀 깨어지는' 달걀이라고. 바위가 부서지는 것을 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바위가 깨지는 마지막 날을 희망하여 몸을 날리는 이름없는 '달걀'이라고 말이야. 회사 다니면서 노동조합 운동할 때, 조합원 교육하면서 많이 하던 말인데,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단다.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으면서 부서지고 깨어지는 이름없는 달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회사에 사직서를 낸다니, 92년 6월에 내가 처음이자 마직막으로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낼 때가 생각난다. 4년반을 다니던 직장, 젊은 날을 바쳤던 직장, 사람사는 맛을 느꼈던 직장,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작은 이상을 실현하고자 애썼던 직장....많은 고민이 있었지. 거의 한달 가량 동료 직원들과 환송회(?)를 했었지. 노동조합 사무장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던 까닭도 있었고, 신학교를 간다는 이유도 있었고. 나와 함께 했던 많은 직장 동료들은 내가 신학교를 간다고 하니까, 많이 안쓰러워 했었단다. 정말 결혼하지 않을꺼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고,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는 사람도 있었고,... 지금 1-2년에 한번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네가 부럽다"라고 말이야.

 

내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주영이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길 기도할께. 결코 후회없는 선택일 수 있도록 앞으로 네게 주어질 삶에 헌신하기를 함께 기도할께. 잘 지내거라. 그럼 안녕.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주영이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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