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그대와 함께 아름다운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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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mathias] 쪽지 캡슐

2000-02-23 ㅣ No.1121

+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

 

제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운 글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항상 행복한 하루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날 기억하려거든 나의 마지막 순간에 이것을 펼쳐 주십시오

 

 

 

어느 순간 의사는 나의 뇌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모든 의미에서 나의 생명이 정지되었다고 걱정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내 몸 안에 기계를 이용해서 인공의 생명을 불어넣으려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 대신 그것을 '새로운 탄생'이라고 불러 주시고 다른 사람들이 더욱 충실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나의 몸을 나눠 주십시오.

 

나의 눈을 떠오르는 아침해와 아기의 얼굴과 그리고 여인의 눈 속의 사랑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심장을 자신의 심장으로는 날마다 끊임없는 고통만 당해온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피를 교통사고로 이그러진 차 속에서 구출된 십대에게 주시어, 그로 하여금 그의 손자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때까지 살게 하여주십시오.

나의 신장을 기계에 의지하여 나날을 연명해 가는 사람에게 주십시오.

내 몸 속의 뼈와 모든 근육과 모든 세포와 신경을 절름발이 아이에게 주시어 그 아이가 걸을 수 있게 할 길을 찾아주십시오.

내 뇌의 구석구석을 살펴봐 주십시오. 필요하다면 내 뇌 세포를 떼어 내어 배양하시고 그것으로 언젠가 말 못하는 소년이 야구방망이로 공을 치는 소리에 환성을 지르고 듣지 못하는 소녀가 유리창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내게 남은 것을 태워서 마당에 재를 뿌려 주시어 꽃들이 자라는 걸 돕게 하여 주십시오.

뭔가 묻어야 하겠다면 내 잘못과 결점과 인간에 대한 나의 편견을 묻어주십시오. 내 죄악을 악마에게 주십시오. 내 영혼을 하느님께 드리십시오. 그리고 혹시 날 기억하려거든 당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친절한 행동과 말로 기억해 주십시오.

 

내가 부탁한 모든 걸 해주시면 나는 영원히 살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유경환

 

 

꽃은 고우나

아픔을 터치는 작업이다.

아픔을 입술로 참아

숨길 줄 아는

아픔을 고운 색깔로

다스릴 줄 아는

아픔을 마음에 다져

영글게 하는

아픔의 승화

꽃은

그래서 곱다.

 

 

 

 

두메꽃    최민순 신부님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 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서 숨어서 피고 싶어라

 

 

 

 

출가

 

그대

집 떠남 두려워 마오

구름 불기둥만 곧장 따라가오

가다가 사막의 갈증 허기로

가난한 그대 가슴에 상처 나거든

높이 달린 구리뱀을 쳐다보오

갈릴리 호수라고

잔잔하지만은 않은 것

깔멜산 오름은 산책길이 아닌 것

넘어지고 깨어지면서도 님의 옷자락 놓치지 마오

그대 나섬은 출가요 새로남

끊는 아픔, 십자가의 길이라오

그래서 선택인 것, 기쁨인 것, 자유의 길인 것

그대 가는 곳 하늘마을

다시 생각해 보아도

참 잘 나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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