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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285]윤선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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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Serina99] 쪽지 캡슐

2000-03-03 ㅣ No.1290

윤선언니 나 주영이요! 해바라기에서 보내온 글이라구요? 정말 마음이 밝아지는 글이예요. 올려주셔서 고마워요. 오늘 새벽미사에서 뵐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제 개학, 개강이라 청년들의 수가 거의 반으로 줄었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조용하고 고요한 또다른 새벽이었어요. 여전히 언니랑, 희경언니 뵐 수 있어서 좋았구요. "하느님을 믿으라. 구하는 것을 이미 받았다고 믿는다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복음 말씀을 듣고 어제 하루종일 새로시작하는 일에 대해 투덜투덜대던 마음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함을 또한번 깨달아요. 음..난 아직 하느님앞에선 철들려면 멀어쪄요..

그리고 하느님 눈치보듯 제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하며 어떤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 하느님이 제 곁에 꼭 필요해요."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한 마음이 하느님 보시기엔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여긴 세종대학교 전산실이랍니다. 여전히 이곳 대학 시설은 21세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낙후한 곳입니다. 어느 작가는 우리나라 대학은 고아원같다며 씁쓸해했는데, 그 현실은 여전히..변하게 없는듯 합니다. 강의실 구석구석의 낙서와 먼지에 목이 아픕니다.(그래도 강의는 국민대에서 하니 다행이죠? 강의는 20일부터..) 그래도 신입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여전히 그 모든 것을 떠나 희망에 가득차 있어요. 그들의 눈빛을 보니 힘이 솟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진실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눈높이 교육..

 

소속이 어학원이라 강의전에 홍보일 역시 맡아야 한다고 하니 내 참 기가 막혀서...하지만 이런저런 영어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고, 대학 학기초의 신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답니다. 사실 내가 영어강사지만 영어..과연 그많은 돈을 들여 죽자살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자주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가끔은 영어에만 줄곧 매달려온 내 대학 4년과 나머지 미국에서의 1년이 때론 허무하게 느껴질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더욱 영어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그들에게 영어를 보는 눈을 가르쳐주고 싶으니까요. 영어 자체가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고 싶으니까요. 영어는 단지 하나의 도구인 걸요. 하지만 그 영어라는 도구가 때론 방패도 될 수 있고, 칼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제겐 영어란 개인적으로 제가 숨을 수 있는 방패죠. 저 자신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전 그 방패를 내세워 사회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나를 내세우며, 나를 먹여살립니다. 그리고 그 방패 뒤에 숨어 난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하죠. 인생을 사는 일 바로 그것.

차차 공부도 더 할 생각입니다. 주변의 강사들은 유학갈 생각을 많이 하죠. 이미 외국에서 수년을 살다 온사람들도 많으니.. 하지만 단순히 떠난다는 것..그 자체에 모든것을 맡기고 싶진 않아요.

 

언니, 봄 햇살이 너무 좋죠? 카톨릭 대학 신학대학 캠퍼스가 생각나요. 봄이 되면 정말 예쁠 것 같아요. 다음에 시간되면 그 도서관에 들려볼려구요.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캐캐묵은 책 냄새가 많이 날 것 같은 도서관이라 괜히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신학과 철학관련 책과 논문도 꽤 있겠죠? 언니도 언제 함께 가요.

 

그리고..요즘 학생회 관련 업무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하지만 언제든지 도와드릴께요. 동생 주희도 집에서 요즘 곧잘 피아노 연습하는것을 보니 공동체 미사 반주할 것도 같은데요. 주희에게도 좋은 계기가 될 것같아 좋아요. 고마워요.

  

언니!! 그럼 오늘 하루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가봐야 겠어요. 그럼 언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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