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성당 게시판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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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금표 [toly] 쪽지 캡슐

2000-02-26 ㅣ No.1348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1

 

 소년은 늘 혼자였다. 아무도 자기와는 놀아주지 않는 외톨이였다. 아니,아무하고

도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늘 혼자서 집에만 박혀있으려고 만 했다.

아버지는 밤 늦게 일터에서 돌아오셨고 낮에 곁에 있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탁에는 밥과 반찬이 차려져 있었다. 그러면 소년은 종이비행기 만들어 날리거나 창문 밖에 보이는 나무나 새들을 그리며 하루를 보냈다. 가끔 집안으로 들어온 벌래를 갔고 노는것도 하나의 재밌거리였다. 그중에서도 소년은 그림그리는걸 좋아했는데, 멀리보이는 나무들과 처마에 둥지틀은 이름모를새.

하늘을 떠다니는 하얀 구름 특히소년은 해가 질때 놓랗게 물드는 하늘과 그아래 변해가는 마을 그리는걸 좋아했다 그리고 해가지면 별을새는 재미또한 즐거웠다.

소년은 집밖의 세상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이 좋았다.

 어느 새빨간 가을하늘 소년은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았다. 붉게 물든 거리와 어울려 하늘은 천국으로 가는 문처럼만 보였다. 창에서 저 하늘끝까지 붉은 길이 펼쳐진것만 같았다. `이 길을 타고 저 하늘 까지 갈수만 있다면...’ 하지만 이층집 창에서 내려본 땅은 너무 낮아만 보였다. 소년은 창을 닫았다. 숨을 고르고 다시 창을 열자 붉게 물든 하늘은 아직도 아름다웠다.

 "얘, 너 거기서 뭐하니?"

 소년이 놀라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자그마한 소녀가 동그란 눈을 하고 올려다 보고 있었다. 소년은 얼굴을 붉히더니 창을 닫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더이상 소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소년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았다. 집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년은 다시 창을닫고 종이비행기를 접기 시작했다. 오늘은 한번도 창을열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다 지나갈 무렵 소년은 하던일을 멈추고 슥 일어나더니 창가로 갔다. 조금씩 열리는 창 사이로 새나오는 불그스름한 빛이 눈부셨다. 창에까지 닿은 길은 그대로 였다. 소년은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거기엔 어제 보았던 소녀가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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