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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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자 [noans] 쪽지 캡슐

2000-11-30 ㅣ No.1916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행복이십니다.(시편16, 2)

당신은 내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랑하시나이까?

칠년전 첫 만남에서 당신 매력에 끌려 사물의 이치가 바로 여기 있노라며

모든 것에 우선하여 갈구하며 살아온 날들이긴 합니다만

해가 더 할수록 진한 사랑을 우러르며 웃고 울며 지나온 외길은

나의 첫 안식년 가을에 오신 당신 사랑의 열매들입니다.

황홀한 오색 단풍 속에서의 벅찬 감동으로

동화나라 주인공처럼 덩실덩실 춤추게 한 당신은 나의 모든 것

거실 귀퉁이엔 음률 따라  뿜어내는

소국의 향기에 취한 듯 희년의 기쁨에 취한 듯

함박웃음 지으며 나풀나풀 춤추는 안시리움이 있고

소담스럽게 담긴 감은 홍시 되어 가며 침을 고이게 하고

분바른 듯 하얗게 피어오른 늙은 호박과 덜 마른 대추는

가을볕 아래서 지난 여름 얘기 나누고 있네요.

씨하고 남은 찌꺼기 마늘은  내 손 끝으로 겨울을 준비하는데

보기도 귀하고 먹기도 아까운 석화가 고향의 갯내음 안고 날 찾아 왔네요.

햅쌀의 향기로움과 붉은 엉덩이 드러낸 시금치의 달콤함과

꿀물 잘잘 흐르는 호박 고구마도 천고마비의 계절을 실감케하며

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 무늬섞인 탁자보도

불혹 넘은 세상 나이에 일곱살된 천진한 딸을

가슴터지도록 넘쳐나는 살찌움으로 오신 당신은

시공을 초월한 큰 사랑으로 나를 다시 보듬으십니다.

당신 말씀에 힘입어 이토록 소중하고 새살 돋는 생명의 기쁜 삶이라면

받기에만 익숙해진 이 철부지 항구히 당신을 갈구케 하시고

솟아나는 기쁨 안에서 진한 당신 사랑의 향기 풍기게 하소서

다가오는 반모임 날에는 걸쭉한 호박죽으로 당신 사랑을 나눠야 겠네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멘

이천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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