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스쳐 지나간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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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화 [bak1816] 쪽지 캡슐

2002-09-10 ㅣ No.2702

9월 순교자성월에

생각지 않게 조용한 시간을

배려한 그 분의 크신 은총에

가슴가득 감사함을 느낌니다.

 

태풍의 뒷끝이라

마음 편하게 활보할수 없는 때

가깝고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낼수 있었습니다.

 

"안면도"

많이 들어보셨지요?

꽃 박람회가 열였던 곳이면서

여름에 수많은 인파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오기전에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바닷가를

그이와 함께 할수 있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동해에 뜨는해 못지 않게

저녁노을이 아름다웠습니다.

 

붉게 물든 노을도 오래 기다려 주지 않고

해가 지는 시골길은 분별할수 없이

어두움으로 우리둘을 하나로 일치시켜

주었습니다.

 

바닷가에 앉아 조용히

소주잔을 부딪치며

오랫만에 고향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낭만을 즐기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할까요?

지나간 세월이 무심하고

그 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25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었지요.

 

결혼 25주년을 성대히 보낼수 있었던

지난 2월에....

수도원 피정의 집에서

우리는 새 반지를 준비하고

축성된 반지를 끼워주던 사랑스런 남편

 

이제 흰머리가 아니

쉰을 훨씬 넘겨버린 나이에

앞으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는 우리들

 

이 소중한 시간들을

어떻게 고이 고이 보낼수 있을까?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더군요.

 

안면도에서 1박을 지새우고

수덕사를 거쳐 덕산 온천에서

그냥 올수 없었지요.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서산군에 있는 해미에서

성지순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가깝지만

무슨 행사아니면 찾아가기 쉽지 않지요

 

어느 순교지나 선조들의 위대한 정신과

숨결이 느껴져 후손을 자랑스럽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폐부를 찌르는 깊은

신음과 한숨이 함께 서려 있기도 하였습니다.

 

해미 성지는 다른 어떤 순교지보다도

당시 참혹했던 핍박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는 곳이며

1백 년의 박해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그 서슬이 무뎌지지 않았던 해미는

수천 명의 이름 모를 순교자들이

웅덩이와 구덩이로 내몰린 채 생매장당한 기막힌

사연을 갖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선조들의 순교는

오늘날 우리에게 엄청난 신앙의 깊은

정신을 알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름모를 순교자들을 생각하며

촛불에 불을 밝혀

고개숙여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 순간 우리들의 마음은

아주 훌륭한 곳에서

보낸 시간 보다

더 값지고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이었습니다.

 

이곳 저곳 순교자들의 한이 살아 있는 곳을

묵상하면서

 

솔뫼성지를 가기위해 합덕에서 1박을 하고

또  일찍 시골의 아침 향기를 마음껏 맡으며

솔뫼(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동산)성지를 달렸습니다.

 

누가 기다려 주지 않고

반겨주지 않지만 둘이는

신이 났습니다.

 

남편은 15년전에 이곳을 다녀왔고

저는 얼마되지 않아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성전에서 잠시 조배를 드리고

지난해 저희 본당에서 함께 했던 수녀님을

만났었지요.

 

서로 반가움에 악수를 나누고

정성스럽게 마련한 차 한잔을 나누면서

지난날의 추억을 잠시 회상하였습니다.

 

둘은 또 하나가 되어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고

이 좋은 시간을 놓치기에는 아쉬워

한장의 사진으로 추억을 담아 왔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터에

아직도 우리들의 목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우물가는 여전하였습니다.

 

순교자 성월에

먼저 세상을 떠난 순교성인들께 인사드리고 왔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반갑게 노래로 인사를 대신하는

노원의 홈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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