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진.실과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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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xyz2] 쪽지 캡슐

2003-02-09 ㅣ No.2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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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흔히 상대적인 진실이라는게 있어서

서로가 터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끝내 밝혀지지 않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요컨데 이쪽 마음을 숨기고 있는 마당에는

저쪽 마음을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윤대녕-천지간中

 

 

 

내 다이어리 앞엔 두가지가 꽂혀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직장생활과 바꾼 대학원 합격증과

작년 가을 풍기에서 청량리로 타고왔던. . 기차표 한장 . .

작년 10월,  남쪽에 단풍이 시뻘겋게 오를 무렵

친구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는 바람에 혼자 가게된 부석사,

사진을 찍다가 어떤 여행자를 만났는데

(사실..택시정류장에서부터 봤었다)

부석사를 내려오는 길이 좀 먼가, 얘기를 하다가

우린 장이 열리고있는 풍기로 가서

조곤조곤 서로의 얘기를 하며 人蔘내 가득한 장구경을 하고

오색전구 깜박이는 포장마차에 앉아 도토리묵에 국밥을 말아먹었다

 

87학번에 대학땐 건축토목 전공

직업은 설계사

소설가 윤대녕을 좋아하고

살고있는 곳은 서울대입구

최근 6년된 여자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진 일로

괴로워하고 있는 상태

등등

사실 이 기억들은 지금 CD에서 읽은것이다

끝까지 서로의 이름과 연락처를 묻지않고 있다가

내가 기차를 타려하자 그 사람은 얼른 자기 씨디플레이어에서 CD를 빼서

들을때마다 기억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주었는데

지나면 다 잊혀지고마는 무색함을 아는지라  나는 그때를 잊지않으려고

씨디위에 네임펜으로 이 사실들을 적어 놓았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건 이런것들이 아니라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눌때의 분위기, 느리지만 배려하는듯한 말투

주변 풍경,향기,그런것들이었다

제목도 가수도 처음 보는 뉴에이지 계열의 음악 . .

우린 왜..  입끝까지 움찔움찔 올라온 서로의 연락처나 이름을,

아니 명함 한장만 교환하면 되는 그 간단한 일을

미리 짜기라도 하듯 끝내 묻지 않았을까

서울가서도 다시 만난다면

그래, 만나면서 빛이 바래느니 차라리 다신 볼수없더라도

마음에 타임켑슐 하나 두고 싶어서였을까

숱하게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건

. .길위에서 만난 사람은 길위에서 헤어지게 되있다는것 .

이 넓은 지구에서 남 여라는 껍데기를 벗은, 그 말주변의 따사로움을 모르는 사람들은

낭만도 욜래리꼴레리인줄 알겠지만

나에게 있어 낭만은 철지난 해수욕장과 같은 것.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이 끝나버린 연애사건처럼

흔적은 있지만 사람이 없다

그래서 쓸쓸함..하지만 묘하게,

살아야겠다 는 희망

나에게 있어 낭만은 그런것이다

 

지난 몇달동안 무탈하게 살아있다면 그 사람도 나이 한살을 더 먹었을테지

판이하게 살아왔고 살아갈테지만, 동시대인이라고 해야하나

백호아자씨의 노래처럼

~♪어디서 그이도 나처럼 늙어갈 것이고 . .

우리에게 흘러온 세월이 앞으로 흘러갈 세월보다 짧다하여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경험한 만큼 세상을 아는것이라는 말을

난 믿는다

 

문득

후리지아 향기숨막히게 맡고 싶어진다

내 생일이 가까이 오는걸까

봄은 언제나 헌봄이 아닌 새봄이다

봄 봄 봄 봄 새봄 . .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면 난 또 浮石寺에 가있을 것만 같다

그 눈부시게 흐드러진 은행나무 잎들 아래  . .

 

stellar*

+

 

 

후후~  비가 지난후 기분이 up된  이 아침, 잠시 추억에 빠집니다

마냥 따사롭기만 하다면 앞으로 올 꽃샘추위도 두렵지 않을텐데요 . .

모두 주님의 사랑안에 入春大吉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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