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나의 수호천사를 위해서...

인쇄

임재욱 [wooky] 쪽지 캡슐

1998-12-13 ㅣ No.49

오늘 나의 수호천사를 위해 캐럴 CD를 만들었다.

엉성하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곡을 이곡 저곡 넣으려고 하다보니

70분이라는 엄청난 재생시간을 가진 CD가 탄생했다. 물론 다 크리스마스캐럴이거나

관련된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꼭 들었던 이유는 뭘까?

내 수호천사가 이 캐럴 시디를 받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나의 수호천사는 아름답고 영롱하며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원래 이런 글에는 흉보는 게 아니라 칭찬하는 거다...)

나의 수호천사에게 줄 CD는 제작이 끝났는데, 라벨제작과 자켓제작이

아직 남아있다. 물론 만드는 것도 약간의 노동이지만, 그 디자인을 창조하는 것도

참 힘들다. 나같이 미적 재능이 거의 밑바닥을 뚫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다. 지금 내가 만든 시디에서 마리오 란자의 '오, 거룩한 밤'이

나오고 있다. 터져나오는 듯한 마리오 란자의 힘있는 목소리가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지금은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아름다운 소프라노 에바 모튼의 흐느끼는 듯한

음성이 메마른 나의 볼에 가느다란 눈물과 함께 흐르고 있다. 나는 이렇게 내 감상에 젖어 만들지만, 나의 수호천사는 내 정성을 무시하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매일 나의 수호천사를 위해 호출기에 음성을 넣어야지 하면서도, 한 번 밖에 넣지 못했다.

그것도 중간에 짤리는 바람에 더욱 쪽팔린 사태가 발생해서 그만둬버렸다. 매일 수호천사를 위해 기도하리라 마음먹지만 그것도 항상 마음만으로 끝이다.

 

나에겐 두 명의 수호천사가 있는데, 모두 같은 선물을 줄 생각이다. 중고생 수호천사,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수호 천사. 다행히 모두 여자다. 기분이 너무 좋다.

 

그들이 기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하루를 힘차게 시작한다.

 

 

 



2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