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노엘] 교사들에게...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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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욱 [wooky] 쪽지 캡슐

1998-12-21 ㅣ No.59

어제부터 성탄예술제를 별탈없이 치르게 해 주십사하고 9일 기도에 들어갔는데, 재욱이가 시험을 치르느라고 빠졌다. 나에게는 물론 짜장면을 기다리면서 떠들 시간은 있었는데, 기도드릴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진짜 기도를 안하니까 벌을 받은 것 같다. 학교가서 1시간만 공부해도 기본 실력이 있으니까...하고 걱정안하고 학교에 갔다.도착하니 3시...4시부터 시험이니까 공부좀 하다가 가야지 했는데,

연구실 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조교형한테(나도 조교인데...) "애들 다 어디갔어요?"하고 물었다.

"니네 시험 안봐?"

"예, 그래서 같이 공부할려고 하는데..."

"야이 밥통아, 3시부터 시험이야..."

후다다닥 시험장으로 달려가니 이미 교수님이 주의사항을 설명하시고 계셨고, 대학원생들이 시험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공부를 안했더니 아무것도 모르겠고, 눈물이 막 나려고 했다.나는 어느 상황에서도 쫄거나 긴장하지 않는데(가끔 쫄거나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그건 솔직히 ACTION이다..), 긴장이 되고 겁이 났다.  내가 성격이 이상해서인지 남한테 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막상 한 문제도 못풀겠으니까 눈물이 막 나려고 했다. 30분이나 지나서 문제가 이해되기 시작했고, 수업시간에 풀었던 것을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물론 잘풀리 없었지만, 그런대로 답안지 모양새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설을 세우고, 증명을 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통계학은 일생일대의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시험 종료 시간을 무려 40분이나 초과하고도 끝내 다 풀지 못했다.

 

답지를 내고 시험장을 나설 때, 어디 술독에 빠져 헤어나오고 싶지 않았다.

 

교사들에게 미안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시간이다. 오늘도 못갈 것 같은 느낌이 농후하게 든다. 물론 기도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치 이리저리 빠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다들 좋은 성탄제를 만들려고 열심히들 하는데, 나는 보탬을 주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미안하다. 교사회....그리고 방학동 성당 중고등부 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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