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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일 강론 -보좌신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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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EliaPark] 쪽지 캡슐

1999-08-01 ㅣ No.248

연중 제18주일(가해)

                                                                  1999. 8. 1.(수색)

. 제1독서 : 이사야55,1-3./ . 제2독서 : 로마서8,35. 37-39./ . 복음 : 마태오14,13-21.

 

모두들 그런 줄만 알았지/ 모두들 그런 줄만 알았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네/ 우리 왕국은 그의 왕국이라는 걸

싱그런 햇살에 이슬이 사라지면/ 우리는 제각기 일터에 나가/ 겨울 양식을 위해 분주히 일을 했네/ 그의 왕국을 위해

짓밟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위대한 자는 태어날 때부터 위대하네

우리가 억만번을 다시 또 태어나도 그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 우리가 억만번을 다시 또 태어나도 그런 사실에는 변함없네

세월이 흐를수록 왕국은 커졌지만 웬일인지 양식은 줄어만 가네/ 일하는 자들도 점점 늘어갔지만 일하지 않는 자도 늘어갔네

 

이 글은 노래운동을 하는 정영아라는 사람이 쓴『동물의 왕국』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동물의 왕국'... 그 곳은 정말, 약한 자는 잡아먹히고, 강한 자는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동물이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라는 것을, 이 노래는 아주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를 잘 들어보면 '동물의 왕국'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의 법칙으로 살아가는 우리 인간 세상을 비꼬고 있는 듯 합니다.

 

... 짓밟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위대한 자는 태어날 때부터 위대하네 ...

... 세월이 흐를수록 왕국은 커졌지만 웬일인지 양식은 줄어만 가네/ 일하는 자들도 점점 늘어갔지만 일하지 않는 자도 늘어갔네 ...

 

힘있고, 돈있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태어날 때부터 위대하다는 듯,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짓밟는 인간 세상의 모습이..., 우리가 사는 나라가 부강해지면 부강해질수록, 놀면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늘고, 또 그보다 훨씬 많이,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수가 늘어가는 인간 세상의 모습이..., 노래의 가사 속에 그대로 들어 있는 듯 하기 때문입니다. '약육강식'이라는 동물의 법칙이 그대로 살아있는 인간의 세상..., 그것은 바로 '동물의 왕국'이라는 사실을 이 노래는 아주 잘 알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동물들의 세상을 보면, 비록 '약육강식'이라는 동물의 법칙대로 살아가기는 하지만, 그 법칙은 동물이라는 테두리 안에 서로 다른 종류, 예를 들자면, 사자나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고, 독수리가 참새들을 잡아먹는 데에만 적용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물들은 같은 종류끼리, 예를 들어, 같은 토끼와 토끼끼리, 또 같은 참새끼리는 모두 평등하게 살아갑니다. 다시 말해서, 부자 토끼도 없고, 가난한 토끼도 없으며..., 부자 참새, 가난한 참새도 없습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도 가난하고 부자의 구분 없이, 같은 종류끼리는 다 같이 평등하게 살아갑니다. 이들은 자신이 얼마만큼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욕심을 내서 더 많이 먹어 보았자, 자기 배가 터져서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 다른 종끼리는 서로 살기 위해서 죽이고 죽고를 할지언정, 자신이 많이 얻게 된 양식에 대해서는 서로 같은 종끼리 나누어 먹습니다. 그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더 욕심을 내 보았자 오히려 자신한테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생물 중에서도 유독 인간은, 동물들도 알고 있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멍청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다른 인간들보다 더 많은 양식과 더 많은 돈을 가져야겠다는 욕심으로, 자신에게 해가 되는 줄도 모르고,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양식을, 쓰지도 못할 만큼 많은 돈을 모아서, 같은 종족끼리 나눌 줄을 모르고 자신을 위해서만 쓰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족속이니 말입니다. 필요하지도 않는 것들을 오직 자신이 돈이 많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권력이 있고, 힘이 쎄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치장하고, 돈을 써대는 것을 보면, 우리 인간은 같은 종족끼리도 평등하게 살지 못하고, 여러 가지 차별을 만들어 사는 한심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짐승이 아니면서도 짐승의 법칙으로 살아가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들을 보낼 것 없이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이 말씀은, 짐승이 아니면서도 짐승의 법칙으로 사는..., 서로 나누는 사랑을 베풀 줄 모르는 우리 인간을 향해 하시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오천명도 넘는 많은 군중들은 예수님을 따라 외딴 곳으로 모여듭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짐승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 인간의 세상을 올바른 인간의 세상이 되게 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예수님의 능력은, 인간의 모든 차별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는 병자들을, 그들이 앓고 있는 병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치유기적을 통해서 드러났던 것입니다. 이들은 모든 사람이 모든 억압과 차별로부터 해방되고 자유롭게 되어 진정한 사랑과 평화가 흘러 넘치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예수님을 통해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예수님과 함께 하루 온종일을 보내게 되었는데...,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배는 점점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들은 이런 군중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께 인간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합니다. 동물들도 부리지 않는 욕심을 부려 자신만을 위하는 인간의 해결 방법..., 그것은 바로 '제각기 알아서 음식을 사먹도록 하는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인간의 해결 방법..., 즉 동물보다 못한 인간의 방법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모든 피조물에게 그 사랑을 베풀어야할 올바른 인간다운 방법을 제시하십니다.

 

" . . .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예수님의 이 말씀에 제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그 모든 것을 내어놓았고,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으로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고도 남을 기적을 베푸십니다. 바로 인간의 영혼과 육신 모두가 풍족하게 채워지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예수님은 꼭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왜 꼭 필요하셨을까요? 그냥 아무것도없이 그들을 다 배불리 먹이실 수는 없으셨던 것일까요?

 

인간과 세상을 '無'에서 창조하신 하느님, 그분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과 은총이라면, 오천명이 아니라, 오만명이라도 아무 것도 없이 다 배불리 먹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동물도 부리지 않는 욕심으로부터 해방되도록 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이신 것입니다. 인간을 사랑하셔서 당신의 생명까지 바치신 예수님은, 인간 스스로가 미약하고 부족하지만 자기 것을 봉헌하는 사랑을 나눌 때, 그 사랑을 당신께서 받으시고, 더 큰사랑과 은총으로 되돌려진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변의 많은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봅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차별 때문에, 진정한 평화를 이루지 못하고 사는 우리 세상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은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가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습니까? 굶어 죽어가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집과 재산을 잃은 수재민들을 위해, 그리고 꼭 그런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는 쉽게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다.' 물론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기도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도를 한다'는 것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에는 인색한 우리들의 모습을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 주십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을 실천에 옮기지 않는 기도..., 나눌 생각은 전혀 없이 입으로만 하는 기도..., 동물도 부리지 않는 욕심을 부리는 인간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하는 기도는 절대로 이루어 주시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오천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를 것을 알지만..., 세상의 수많은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에게 내어놓을 나의 재산과 시간과 그 모든 것이 너무도 적은 것인 줄을 알지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고 그들을 위한 진정한 기도를 바칠 때, 오늘 복음에서처럼 큰사랑의 기적을 당신께서 이루어 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의 사랑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여, 이 세상 전체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하느님 나라가 되게 할 사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우리의 사명을 알고,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우리의 모든 것을 봉헌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은 물론, 동물, 그리고 모든 세상 사물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죽이고 죽는 동물의 법칙이 아닌, 하느님의 평화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는 큰사랑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동물들도 부리지 않는 욕심으로, 같은 종족까지도 '약육강식'이라는 동물의 법칙을 적용시켜 서로를 차별하고 구별하며 나 하나만을 위해 살아간다면, 우리는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 동물도 살지 못하는 '동물의 왕국'에서 살아가는 비참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세상이 동물의 왕국이 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께서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며...,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을 베풀어 다른 모든 피조물들도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내어놓고 나눌 때, 하느님께서 그 정성을 보시고, 더 큰 사랑, 이 세상 전체가 당신의 나라가 되는 더 큰 기적을 이루어 주신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밥을 서로 먹여주면서/ 더러운 발을 서로 씻어주면서/ 고등어 두 마리와 찹쌀떡 다섯 개로/ 우린 오천명도 무지무지 배부를 수 있단다.

이천마리 고등어를/ 오천개나 되는 떡을/ 이리저리 뺏아모아/ 저혼자서 다 먹고도 모자르는 사람들아

맛있는 밥을 서로 먹여주면서/ 더러운 발을 서로 씻어주면서/ 고등어 두 마리와 찹쌀떡 다섯 개로/ 우린 오천명도 무지무지 배부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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