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오늘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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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권 [skh73] 쪽지 캡슐

1999-08-06 ㅣ No.564

들을땐 감동적이었는데 읽어서도 감동이 올지 모르겠네요.... 라디오에서 나왔던 이야기죠...

어떤 결혼한 젊은여자가 보낸 편지였어요. 잘 들어보세요..

 

     '… 더벅머리에 낡은 옷차림... 처음 그를 봤을때, "저사람은 절대 아니야!!" 했었죠..그런데 인연이 있으면 참으로  질긴가 봐요. 결국 전 그사람과 결혼해서 시골에 내려가서 살게되었죠.

 

    그로부터 일년후 저는 산달이 다되어 아기를 낳게 되었어요. 예쁜 공주님이었죠.

    산후조리를 하는동안 어느날 새벽, 남편은 몰래 어딘가 나가는 것이었어요.

    다시 잠이든 사이 남편이 돌아왔는데, 어디서 사왔는지 큰 가물치 한마리를 가져오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시장에서 파는물건은 너무 정성이 없는거 같애서 내가 잡아왔어! 푹 고아먹고 빨리 일어나야지!" 하면서 부엌에 나가 냄비에 물을 끓이는 것이었어요...

     

      근데 남편이 잠깐 나간사이 부엌에서는 물이 끓고 있었어요. 일어나 나가보니 냄비속에 가물치는 없이 물만 팔팔 끓고 있는거에요. 그 큼직하고 힘좋은놈이 냄비에서 뛰어 나갔던 거에요. 바닥에서 펄펄 뛰고있는 가물치를 다시 넣으려고 힘든몸을 이끌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어디선가 도둑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더니 한입에 물고 달아나버리는거 아니에요..

     참 어이가 없더군요.  

     

    그대로 두면 남편이 실망할거 같아서 생각했죠. 그래서 나가서 동태 한마리를 사왔어요. 가물치를 사려고 하니 너무비싸서요... 그 동태를 넣고 다시 냄비뚜껑을 닫고 들어왔죠.

    그때 남편이 들어왔는데, 냄비뚜껑을 열어보려고 하는것이 아니겠어요?

    전 "다  끓지도 않았는데 뚜껑 열면 맛이 변해서 못먹는 거에요!!!" 하면서 말렸죠.

    다행히 들키지 않고 형체도 알아볼수 없게 펄펄 끓였죠. 가져와서 남편이 한 숟갈 먹어보더니 하는말 "역시 가물치라 맛이 특이하구만!" 하는것이었죠.

     

    그날 먹은 동태는 동태가 아니라 정말 가물치 였나봐요.

    그날이후로 씻은듯이 나아서 가뿐히 일어서게 됐거든요…'

 

어땠어요? 아침에 부랴부랴 책가방을 싸서 도서관에서 영어공부하다가 문득 듣게 되었어요. 지긋지긋한 비도 끝나고 햇볕이 신나게 비치는 아침에 잔잔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잔잔한 감동이 둥실둥실 오더라구요. 이런것들 때문에 세상이 아름다와지구요...

사랑이 어떤건지 생각하게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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