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언제 불러도 정겨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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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희 [yeulim] 쪽지 캡슐

2001-05-16 ㅣ No.4011

활짝 얼굴 내민 햇살에 나는 이불을 들고 나가 빨랫줄에 걸고 툭툭 털어 냈다.

 

그러다 문득 채색되지 않은 낮달 같은 아련한 기억들이 이불솜 깊이 배어 있던 습기처럼

 

햇살 속으로 피어 올랐다.

 

옛날 풀먹인 이불 호청을 보자기에 싸서 꼭꼭 밟으시며 콧노래도 부르시고, 심심하니

 

하시면서 옛날 얘기를 해주시던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 들은 옛날 얘기를

 

우리 애들 키우면서 많이 써먹었다. 기다란 바늘 끝을 머리에 쓸어 내리시면서 이불 호청을

 

꿰메시다가 다락에서 과자를 꺼내 주시던 엄마, 내 맘속에 엄마는 언제나 정겨움과

 

그리움이 대상이다.나는 햇살에 온 얼굴을 내 맡기고 하늘을 보면서 침 한번 꿀꺽 삼키며

 

 집안으로 들어 왔다.

 

아직도 어버이날 찾아 뵙지 못한것이 죄송스런 마음으로 남아 있다.

 

그러면서 내가 엄마에게 받은것중에 아주 조그만 일부라도 되돌려 드리면서 살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 하면서 과연 나의 딸들은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하고 있을까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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