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역사의 아이러니-순례의 여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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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ch033] 쪽지 캡슐

2000-07-26 ㅣ No.1671

 

 예루살렘에서 성지순례를 할 때  렌트카를 빌려  그곳에서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조카를 데리고 다녔다. 그런데 이 아이가 국제 정치를 아는가.

 " 평화 회담 벌써 다 끝난 거예요."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캠프테이비드 별장에서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의장과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회담 결말을 조금이라도 건진뒤 일본에서 열리는 G8회의에  떠나려 애쓸때 현지에 사는 제3국인인 꼬마는 저희 작은 고모와 이런 식의 토론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예상대로  며칠 안가서 평화회담은 아무런 결말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샬롬!(평화란 뜻) 하고 인사한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라는 뜻이다.  그러나 "평화의 도시"라기 보다 "평화를 원하는 도시"라고 보아야 한다는 주석이다.

  성모님이 천사로부터 수태고지를 받은 자리에 지어진 성모영보성당에서 아침미사를 마치고 막 나올 때 바로 50미터도 안되는  코앞에  유대교가 회당을  짓는다며 깃발을 꽂아놓아,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첨예한  갈등의 현장인 공터를 보았다. 좁은  예루살렘에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그리고 이슬람교등 3대 종교가 모두 이곳을 성지로 여겨 쉽게 평화를 얻기 힘든 도시라는 생각도 든다.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이슬람은 금요일을, 80% 이상인 유대교는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고 예수님이 태어난 땅이지만 3%에 불과한  그리스도교는 일요일을 지킨다.

 

 같은 유일신이지만  유태교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인정치 않고 메시아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주장한다.  이슬람교는 예수님도 예언자에 불과하고 최후의 예언자 마호멧멭의 가르침만을 따르며 믿는다.  

 3대종교는 성지도 겹쳐 유태인의 성지인 통곡의 벽 위에는 이슬람교 3대 성지의 하나인 바위돔사원이 있다. 이 사원 앞에는 빙 둘러 수도전이 있다. 사원에 들어가려는 이슬람은 그 앞에서 얼굴과 손,발씻고 그야말로 목욕재계하고 사원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그런데 바로 그 사원 입구에는 유대교인들이 와서 기도하는 통곡의 벽이 있다.  

 기원 70년 로마의 지배시 티토스 장군이 예루살렘 유대  성전을 붕괴시키고 남은 것이 이 성전을 둘러싸고 있는 서쪽벽의 일부이다.  성전이 없어졌으므로 유대인들은 언제나  남은 담벼락에나마 와서 슬퍼하며 기도하게 되었다. (기도장소는 남녀 구분 되어있고 기도를 할 때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한다. 기도가 끝나면 거룩한 곳이므로 바로 돌아서서 나오지않고 우리가 역사 드라머에서 보듯 뒷걸음질쳐 나온다.)

 역사의 변천에 따라 옛 성전 터엔 이슬람의 사원이 선 것이다.

 그런데 바위 돔  한가운데 있는 나무에 둘러싸인 커다란 바위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곳이라 한다. 성경을 다소라도 이해한다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구약의 창세기(25장)를 보면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사라는  자기 몸종에게서라도 아브라함의 아이를 얻도록 했다.  아브라함이 1백살때  몸종인 이집트인 하갈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이스마엘이다. 그러나 나중에 사라가  이삭을 낳게되자 몸종 하갈과 이스마엘은 쫓겨난다. 쫓겨난 모자는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사막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스마엘은 아랍민족의 조상이 된다. 혈육에게 쫓겨난 설움과 고생 때문에  두 민족은 반목하고 후에 아랍족은 이슬람교를 신봉하게 되었다. 그런데 자기들 모자를 쫓아낸 원인이 된 이삭을 하느님께 바친 곳을 자기들의 성전 한가운데 두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종교와 민족, 오랜 역사 속의 갈등, 그러면서도 공존하며 사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 민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단일 민족으로서 살면서 변화에 눈돌리지 못한 지도층 조상들 때문에 외세의 침략을 당하고 근대화가 늦어졌다. 또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골육상쟁의 가슴 아픈 세월을  반세기 이상 살아왔다.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국토분단이 된 체로... 최근 남북간의 화해 무드를 대희년에 주신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해 감사하며, 진정한 세계평화와 민족의 평화가 우리 모두, 그리고 민족 모두에게 내리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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