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시아버님의 장례 잘 치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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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온화 [onwha] 쪽지 캡슐

2001-11-10 ㅣ No.3148

사랑하는 엔젤사랑님들께!

주님의 평화있기를 빕니다.

 

 

가을이 한참 깊어 단풍을 기대못했는데

남양주군 평내리엔 파란 하늘 아래

상수리나무잎들이 아직 못단한 가을 빛을

갈색의 농담으로 예쁜 수채화를 그려 놓았더군요.

하도 고와서 더 많이 울었답니다.

 

명동성당 공원묘지인 그 곳 양지바른 곳에

조문객들이 바친 하얀 국화향내 흠씬 맡으시며

아버님은 가족들 애도와 수유1동성당 연령회원분들의

연도 속에 깊게 고이 잠드셨습니다.

 

제가 가끔씩 손에서 굴리며 기도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곤 하던 15단짜리 묵주 하나 밖엔

가시는 아버님께 드릴 게 없더군요.

 

제 아버님은 다른 가족들 중에서

제가 큰 자부라고 제일 먼저 좋아하셨고

자부가 선생님이라고 뽐내고 다니셨으며

노래를 즐기시던 분이시라 제가 주부가요열창 장원인 걸

당신의 큰 자랑거리로 여기며 사셨어요.

 

4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셨을 때에도

아버님은 당신의 대소변을 제게 맡기셨어요.

처음에는 얼굴을 돌리셨지만 점차 아예 시원하다며 즐기셨고

제가 당신 앞으로 오기만을 늘 기다리신 분이셨어요.

 

2년 전부터 시누님이 모셨는데

간병인이 수발을 들려고 하면 자는 채 하면서

눈을 감고 뜨질 않으신다고 하시더군요.

 

여든 다섯에 치매가 오면서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시면서도

제가 오기만 오면 손을 꼭 붙잡고 흔들면서

절대로 놓지 않으려고  그렇게 크게 우시곤 하셨어요.

 

이제 아버님은 가셨습니다.

제게서 짐을 덜어주시려고

그만 아버님의 걱정에서 벗어나라고

아무도 모르게 아무 말씀도 남기지 않으신 채

잠들 듯이 평화롭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머리에 하얀 핀을 아버님을 위해 꽂으면서

아버님께 다하지 못한 사랑을

아직 몸이 불편한 남편과 가족들을 위해

더 열심히 더 희생하며 살고자 합니다.

 

늦은 시각에 그 먼 곳을 마다않고  

스무명이 넘게 찾아와 준 총무 박사베리오를 비롯한

우리 엔젤사랑 정겨운 사람들!

좁은 빈소에 가까스로들 끼어 앉아 구성진 음성으로

아버님의 영혼이 천국에 들기를 기원하며

연도를 정성껏 바쳐주신 그 고마움!

 

연도책이 없다고 하자 일부러 청량리성당을 들러

오후에 연도책을 찾아서 갖고 오시고

또 다시 저녁 늦게 엔젤사랑 사람들과 함께

다시 또 와 주신 최요왕 단장님!

 

바쁘신 두 분께서 발인날도 오시어 장례미사인  

월곡동성당 새벽 6시 미사까지 참례해 주시고

장지인 평내리까지 동행해 주셔서

모든 장례절차에 일일이 기도를 해 주신

안드레아 형부와 모니카언니, 정말 고마와요.

 

참 힘이드실 텐데도 와 주신

전 단장 이다두님의 부인 혜숙이언니와

늦은 시각에 따로 와서도 정성껏 연도를 길게 바쳐준

노렌조와 알로이시아 부부!

 

오랫만에 바쁜 속에서도 어렵게 찾아와 준

구수산나, 노안나, 노골롬바,이바오로와

혼자서 헬스클럽 운영하느라 시간이 없을 텐데도

그 늦은 시각에 혼자 와서 위로해준 박의도 요셉씨!

자기집 일처럼 옷벗고 나서서 긴 시간 일 도와준

계화랑 딸 형은이 형미에게도 고마움을 전해요.

 

비록 바빠서 찾아주진 못했지만

인편으로 전화로 전보로 멜로

제게 마음을 표해주신

엔젤사랑의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려요.

 

모두를 잊지 않겠어요.

제겐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엔젤사랑이 있어서 참 든든해요.

 

이젠 안경을 깨끗이 닦고

더 세상을 밝게 보겠어요.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다시 힘찬 박온화로 살겠어요.

 

 

--- 11월 10일 오후 3시에

엔젤사랑의 한 사람 박온화 루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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