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 컴맹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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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일 금요일 #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컴퓨터를 샀다. 이 자리를 빌어 어머니에게 감사들리고 싶다. 컴퓨터가 참 이쁘게도 생겼었다.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에 뽀뽀를 했다. 참 사랑스러웠다. 오늘밤에는 컴퓨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관찰해야겠다.
# 7월 4일 토요일 # 어제부터 관찰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켜지는지 모르겠다. POWER라는 키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원은 아닌 것 같았다. POWER 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지만 힘, 능력, 재능이라는 뜻이었다. 역시 아닌 것 같아 건들지 않았다. 피곤한 하루였다. 내일은 꼭 컴퓨터를 켜고 말겠다.
# 7월 5일 일요일 # 아무래도 RESET키가 의심스러웠다. 다시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RESET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는 것이 수상쩍었다. 심호흡을 하고 눌러보았다.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난 의지의 사나이다. 오늘도 정말 피곤했다. 난 속으로 ’컴퓨터야, 내일 보자꾸나’ 하고 모니터에 뽀뽀를 했다. 조금 쑥스러웠지만 난 그만큼 컴퓨터를 사랑한다.
# 7월 6일 월요일 #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어머니에게 컴퓨터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학원은 내일부터 가기로 했다. 내일이면 학원에서 컴퓨터 켜는 법을 배울 것이다. 내일이 너무 기다려져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기로 했다.
# 7월 7일 화요일 # 오늘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했다. 지각한 벌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오는 바람에 컴퓨터 학원에도 지각했다. 친절한 학원 선생님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난 열심히 배웠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 하지만 컴퓨터 켜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내일은 쑥스러워 하지 않고 당당히 물어 보리라. 집에 도착해서 난 학원에서 배운 것을 까만 모니터를 바라본체 키보드만 두드렸다. (사실 글자 써진 판데기가 키보드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기뻤다.^^)
# 7월 8일 수요일 # 역시 ’용기 있는 자가 지식을 쌓는구나.’ 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내가 선생님께 질문하자 선생님도 정말 흐뭇하신지 마구 웃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주위의 초등학생들도 마구 웃는다. 정말 귀여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드디어 학원에서 컴퓨터 켜는 법을 배웠다.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말씀드리니 어머니께서 축하한다며 짜장면을 시켜 주셨다. 고마우신 우리어머니..... 사랑합니다......
# 7월 9일 목요일 # 드디어 컴퓨터를 켰다. 모니터도 켰다. 잠시 컴퓨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색배경에 멋있는 그림이 나오는 게 아닌가. 역시 많은 돈주고 컴퓨터를 산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끄는 법을 몰랐다. 매우 당황되었다.
# 7월 10일 금요일 # 오늘 학원에서 컴퓨터 끄는 법을 물어 보았다. 역시 선생님께서 웃음을 지으며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학원을 마치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 어제부터 켜져 있던 컴퓨터를 껐다. 컴퓨터를 만져 보니 매우 뜨거웠다. 나 때문에 열받았다는 그런 웃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난 이미 컴맹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채로 열을 시키려니 팔이 아팠다. 내일은 선풍기로 열을 시키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