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 컴맹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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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만 [1004mjm] 쪽지 캡슐

2000-06-14 ㅣ No.2365

# 7월 3일 금요일 #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컴퓨터를 샀다.

이 자리를 빌어 어머니에게 감사들리고 싶다.

컴퓨터가 참 이쁘게도 생겼었다.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에 뽀뽀를 했다.

참 사랑스러웠다.

오늘밤에는 컴퓨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관찰해야겠다.

 

# 7월 4일 토요일 #

어제부터 관찰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켜지는지 모르겠다.

POWER라는 키는 아무리 생각해도 전원은 아닌 것 같았다.

POWER 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지만 힘, 능력, 재능이라는 뜻이었다.

역시 아닌 것 같아 건들지 않았다. 피곤한 하루였다.

내일은 꼭 컴퓨터를 켜고 말겠다.

 

# 7월 5일 일요일 #

아무래도 RESET키가 의심스러웠다. 다시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RESET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는 것이 수상쩍었다.

심호흡을 하고 눌러보았다.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난 의지의 사나이다. 오늘도 정말 피곤했다.

난 속으로 ’컴퓨터야, 내일 보자꾸나’ 하고 모니터에 뽀뽀를 했다.

조금 쑥스러웠지만 난 그만큼 컴퓨터를 사랑한다.

 

# 7월 6일 월요일 #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어머니에게 컴퓨터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학원은 내일부터 가기로 했다.

내일이면 학원에서 컴퓨터 켜는 법을 배울 것이다.

내일이 너무 기다려져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기로 했다.

 

# 7월 7일 화요일 #

오늘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했다.

지각한 벌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오는 바람에 컴퓨터 학원에도 지각했다.

친절한 학원 선생님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난 열심히 배웠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

하지만 컴퓨터 켜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내일은 쑥스러워 하지 않고 당당히 물어 보리라.

집에 도착해서 난 학원에서 배운 것을 까만 모니터를 바라본체 키보드만 두드렸다.

(사실 글자 써진 판데기가 키보드라는 것을 오늘 알았다. 기뻤다.^^)

 

# 7월 8일 수요일 #

역시 ’용기 있는 자가 지식을 쌓는구나.’ 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내가 선생님께 질문하자 선생님도 정말 흐뭇하신지 마구 웃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주위의 초등학생들도 마구 웃는다.

정말 귀여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드디어 학원에서 컴퓨터 켜는 법을 배웠다.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말씀드리니 어머니께서 축하한다며 짜장면을 시켜 주셨다.

고마우신 우리어머니..... 사랑합니다......

 

# 7월 9일 목요일 #

드디어 컴퓨터를 켰다. 모니터도 켰다.

잠시 컴퓨터에서 소리가 났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색배경에 멋있는 그림이 나오는 게 아닌가.

역시 많은 돈주고 컴퓨터를 산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끄는 법을 몰랐다. 매우 당황되었다.

 

# 7월 10일 금요일 #

오늘 학원에서 컴퓨터 끄는 법을 물어 보았다.

역시 선생님께서 웃음을 지으며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학원을 마치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 어제부터 켜져 있던 컴퓨터를 껐다.

컴퓨터를 만져 보니 매우 뜨거웠다.

나 때문에 열받았다는 그런 웃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난 이미 컴맹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채로 열을 시키려니 팔이 아팠다.

내일은 선풍기로 열을 시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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