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9월 5일 새 부대, 헌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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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clarap75] 쪽지 캡슐

2003-09-04 ㅣ No.1753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2003-09-05)

독서 : 골로 1,15-20 복음 : 루가 5,33-39

 

새 부대, 헌 부대

    그때에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께 “요한의 제자들은 물론이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제자들까지도 자주 단식하며 기도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합니까?” 하며 따지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는 잔칫집에 온 신랑의 친구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도 그들을 단식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제 때가 오면 신랑을 빼앗길 것이니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을 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새 옷에서 조각을 찢어내어 헌 옷을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새 옷을 못쓰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 옷 조각이 헌 옷에 어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 술을 헌 가죽부대에 담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릴 것이니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는 못쓰게 된다. 그러므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또 묵은 포도주를 마셔본 사람은 ‘묵은 것이 더 좋다’고 하면서 새것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루가 5,33-39)

완벽주의자였던 저는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따지기를 좋아했고 곧잘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곤 했습니다. 남들보다 12년이나 늦게 시작한 신학교 생활에서도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신학교 규칙과 저의 판단기준을 들이대며 신학생답게 살 것을 강요하곤 했지요. 물론 누구보다도 제 자신부터 규칙을 엄격하게 지켰지요. 그러다 보니 교수 신부님들에겐 모범적인 신학생으로 인정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동료 신학생들에게는 정반대였습니다. 언젠가 같은 학년의 동생 하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님이 사는 모습은 정석이고 맞는지 모르지만 결코 따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자부해 온 저에게 그 말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제아무리 칭찬을 듣고 잘산다고 자부하면 무엇하나. 같이 사는 동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그때부터 제 모습을 돌아보며 변화를 시도했는데 저의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따지는 습관부터 고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라며 여유를 가지고자 했지요.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성체조배를 하며 주님께 제 자신을 열어 보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사제품을 받고 나서부터는 신자들로부터 ‘피곤한 사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취급받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매일 성체조배를 거의 빠뜨리지 않고 있는데 그 시간을 통해 주님께서 저를 조금씩 조금씩 새 부대로 변화시켜 주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윤행도 신부(마산교구 산청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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