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9월 7일 듣고,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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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clarap75] 쪽지 캡슐

2003-09-06 ㅣ No.1759

연중 제23주일 (2003-09-07)

독서 : 이사 35,4 -7ㄱ 독서 : 야고 2,1-5 복음 : 마르 7,31-37

 

듣고, 말하기

    그때에 예수께서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주시기를 청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으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널리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은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 하며 경탄하여 마지않았다.
    (마르 7,31-37)

창피한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영어를 지독하게 못합니다.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시험을 몇 번 쳤는데, 그때도 번번이 영어 때문에 미역국을 먹었지요. 남들에 비해 머리가 형편없이 나쁜 것도 아니고 영어 공부를 적게 한 것도 아닌데`…. 물론 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잘못된 영어교육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문법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지요.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보더라도 말은 듣는 것부터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귀가 아니라 머리부터 열려고 했으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지요.
기도도 같은 이치인 것 같습니다. 기도가 ‘하느님과 대화’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말(기도)을 잘(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귀부터 열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말(요구사항)을 늘어놓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마쳐 버립니다. 그러니 기도가 잘될 수 없고 제대로 된 기도를 바칠 수도 없습니다.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이니, 듣는 사람인 셈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하고 신자들의 소리에 귀를 열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문득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많이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더 늦기 전에 입을 좀 다물고 귀를 열어야겠습니다. 조용히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실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려야겠습니다.

 

윤행도 신부(마산교구 산청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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