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영어를 지독하게 못합니다.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시험을 몇 번 쳤는데, 그때도 번번이 영어 때문에 미역국을 먹었지요. 남들에 비해 머리가 형편없이 나쁜 것도 아니고 영어 공부를 적게 한 것도 아닌데`…. 물론 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잘못된 영어교육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문법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지요.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보더라도 말은 듣는 것부터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귀가 아니라 머리부터 열려고 했으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지요.
기도도 같은 이치인 것 같습니다. 기도가 ‘하느님과 대화’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말(기도)을 잘(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귀부터 열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말(요구사항)을 늘어놓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마쳐 버립니다. 그러니 기도가 잘될 수 없고 제대로 된 기도를 바칠 수도 없습니다.
사제는 기도하는 사람이니, 듣는 사람인 셈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하고 신자들의 소리에 귀를 열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문득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많이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더 늦기 전에 입을 좀 다물고 귀를 열어야겠습니다. 조용히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실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늘려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