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성당 게시판

유다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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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clarap75] 쪽지 캡슐

2003-09-08 ㅣ No.1761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2003-09-09)

독서 : 골로 2,6-15 복음 : 루가 6,12-19

 

유다가 주는 교훈

    그 무렵 예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에 들어가 밤을 새우시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날이 밝자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그 중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셨다. 열두 사도는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신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 마태오와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혁명당원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 그리고 후에 배반자가 된 가리옷 사람 유다이다. 예수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평지에 이르러보니 거기에 많은 제자들과 함께 유다 각 지방과 예루살렘과 해안지방인 띠로와 시돈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예수의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더러운 악령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예수께서는 그들도 고쳐주셨다. 이렇게 예수에게서 기적의 힘이 나와 누구든지 다 낫는 것을 보고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예수를 만지려고 하였다.
    (루가 6,12-19)

오랜 고민 끝에 응답한 부르심의 길이었기에 처음부터 성소에 대한 갈등은 없어 좀더 치열하게 살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제 삶에 대해 실망하는 경우가 있었고, 때로는 그 실망감이 ‘이런 모습으로 사제가 되어서 뭘하겠는가’라는 자괴감으로 이어져 ‘차라리 지금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는데,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어머니와 가리옷 사람 유다(아직까지 만나지는 못했지만)였습니다. 제가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어머니께 같은 아픔을 두 번(?)이나 드릴 수는 없었고 예수께서 직접, 그것도 밤을 새워가며 성부께 기도하신 뒤에 뽑으신 제자들 중에 배반자 유다도 끼여 있었다는 사실에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붙들고 늘어져 겨우겨우 사제품을 받았고 올해로 5년째 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신학생 때의 그 자괴감이 저를 보며 그때의 생각이 옳지 않았느냐는 듯이 웃음짓곤 합니다. 그때마다 저는 다시 유다를 떠올리며 기도합니다. “주님, 여기까지가 제 한계인 것 같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유다처럼 모든 것을 제 스스로 하겠다는, 끝까지 제 힘으로 버텨보겠다는 어리석음에서 저를 구해주십시오”라고.
그런 의미에서 유다는 저에게 타산지석의 지혜를 가르쳐 준 또 한 분의 스승이시기도 합니다.

 

윤행도 신부(마산교구 산청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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