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자리를 옮기신 성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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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 [forgod] 쪽지 캡슐

2002-05-03 ㅣ No.276

대성당의 성모님이 자리를 옮기셨습니다.

 

작년 이맘 때쯤 대성당에 오셨던 걸로 기억되는데 늘 우리들 옆에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시던 어머니.

아마도 올해는 각 지역별로 성모님의 밤 행사를 하게 되어 성모성월 내내 제단 위에 계실듯.

대성당에 들어서면 의식적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성모님께 눈맞췄었는데 어제는 제단 위에 계시니 그렇게 반갑더라구요.

 

저 개인적으로는 마당의 성모님이나 대성당의 성모님 모두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세례후 저는 성모님에 대한 마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부정적인 마음이 컸었다는 것이 맞을 듯. 그래 레지오를 하면서도 늘 마음의 갈등이 있었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고. 돌이켜보면 본질에서 벗어난 일부 잘못된 우리들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의 옹졸함과 더 나아가 교만의 뿌리가 있었음을 봅니다.

 

제가 아버지 하느님 앞에 나오기를 오랜동안 성모님께 부탁드리던 친정어머니,

늘 몸이 부실하여 아픈 딸을 위해 마당의 성모님께 초봉헌하시며 간절히 기도올리시던 모습을 어느날 우연히 성당 담장 너머로 보았을 때, 저는 성모님께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더 들었지요.

 

이런 고집쟁이 딸을 위해 그래도 항시 빌어주시고 품어주시고 제 투정과 청을 물리치지 않으시는 자애로우신 성모님.

두아이의 엄마면서도 ’어머니’라는 말이 어울리지도 않게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성찰하며 성모성월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이순간 해봅니다.

 

+.사랑하올 성모님,당신의 모습을 닮아갈 수 있도록 철부지 이 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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