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동성중·고교 개교 100주년 기념전에 참석한 김수환 추기경. [중앙포토] | |
병상의 김수환(86) 추기경이 25일 노래를 불렀다. 천주교 성가인 ‘순교자 찬가’였다. 그러나 힘에 겨운 듯 끝까지 부르진 못했다. 그래서 병실을 방문한 봉두완(73·천주교 한민족돕기회) 회장 부부와 간병인, 비서 수녀가 나머지 소절을 받아서 불렀다. “칼 아래 쓰러져 백골은 없어도/ 푸르른 그 충절 찬란히 살았네~.”
봉 회장 부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 30년간 추기경을 뵈었지만 직접 노래하는 건 처음 봤어요. 병상에 누운 추기경의 ‘순교’ 노래는 의미심장하더군요. 가슴이 뭉클했죠.”
이날 오전 10시 봉 회장 부부는 서울 강남성모병원을 찾았다. ‘30년 지기’인 김 추기경의 병문안을 위해서였다. 병실 문을 열자 추기경은 잠시 입을 우물거렸다. 목이 잠겨서였다. 그러고는 “그래, (미국 출장은) 잘 갔다 왔지?”라며 반겼다. 봉 회장은 “귀국 뒤 감기에 걸려 이제야 왔습니다. 빨리 일어나셔야죠”라고 안부를 물었다.
김 추기경은 현재 배에다 관을 꽂고 있다. 입으로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때 김 추기경이 입을 뗐다. “봉 회장, 나 이거 가야 할 텐데….”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다들 민망해했다. 그래도 김 추기경은 “갈 때가 됐는데. 왜 이렇게 남아 있을까”라고 말했다. 그건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김 추기경의 간절함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 추기경은 배에 꽂은 관을 제외하면, 병원에서 제공하는 어떠한 기계적인 치료도 받지 않는다. 요즘 김 추기경이 병실에서 올리는 기도 제목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라고 한다.
김 추기경은 병상에 앉아 계속 노래를 불렀다. 봉 회장이 30년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