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성당 게시판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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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호 [jacobs] 쪽지 캡슐

2000-04-13 ㅣ No.332

그리스도여 저는 죄수입니다. 사실 저는 수도자들보다 기도드릴 시간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십니다. 죄수가 기도드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슴 깊은 데서부터 순간순간 반항심이 솟구칩니다.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낄 때 기도하고 믿는다는 것은 정녕 어려운 일입니다. 당신도 십자가 위에서 고통과 절망과 괴로움으로 외치지 않으셨습니까.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허나 당신은 무죄하셨기에 그렇게 부르짖으실 수 있으셨지만 어찌 죄 많은 우리가 당신처럼 울부짖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도 우리처럼 죄수이셨고. 억울한 혐의를 뒤집어쓴 피고이셨습니다. 당시의 덕망가들은 물의를 일으켰다며 재판도 않고 죄를 덮어씌웠습니다. 사형에 처해진 강도도 불의의 희생자인 당신께 절망으로 부르짖습니다. 당신은 거짓 동정을 바라지 않사오니 이 부르짖음을 기도로 받아들이시어 용서하시고 잊으소서. 삶을 거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역사의 모든 죄수 중 가장 의롭고 결백하신 당신만은 저를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제 눈물과 분노를 이해해 주시는 분 당신은 제 유일하고 진정한 희망이십니다. 그리스도여.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내적 자유를 얻도록 도와주소서. 어느 죄수의 기도 중에서....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죄를 지으며 살아가지만, 항상 죄에서 자유롭기를 바라게 됩니다..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죄수라고 낙인찍힌 사람들에게 죄라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의미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우리들의 모습이 되게하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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