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성당 게시판

어린왕자와 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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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tmdrjsl24] 쪽지 캡슐

2001-08-02 ㅣ No.1142

어린왕자가 한 사과나무에 그늘에 앉아있을 때 사과나무가 말했다.....

 

사과나무... 너도 내 열매를 얻으려왔니..??

 

어린왕자... ..... (말없이 사과나무를 한동안 재미있듯이 바라다본다.)

 

사과나무... 너도 별다를 수 없는 다른 사람과 같아... 난 너의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오아시스를 찾게 하고는 어느날 훌쩍 장미에게로 돌아갔었다는걸..

 

네가 저쪽에서부터 나에게로 걸어올 때 무척이나 설레였단다..

그러나 내 그늘 아래 쉬고있는 널 보는 순간 그런 설레임은 다 없어지고 말았어..

너도 별수없을거야....

 

어린왕자... 너의 그늘에는 잔디가 없구나....

한번도 사과를 떨어뜨려본적이 없었니..??

 

사과나무... 여길지나가는 사람들은 사과를 얻기위해 주위에 모여들곤 했었지...

그들을 위해 사과를 떨어뜨려준적이 있었어..

그랬더니 그들은 나의 가지를 흔들고 부러뜨렸지..

아픔에 하나를 더주고..또 하나를 주고.. 그래도 그들은 만족치 않았어...

어떤 이들은 떨어지는 사과를 채 기다리지 못하고 내 허리를 자르려고도 했지..

이젠 그런 아픔을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내 그늘에서 쉬는 건 너의 맘이지만 난 열매를 줄수가 없어.

 

어린왕자... 네가 가진 열매는 어쩜 너의 것만이 아닐지도 몰라..

열매의 씨앗에는 또다른 네가 있기 때문이야..

바람의 노래를 잘 들어보렴...

그럼 어쩜 너에게 멋있는 잔디친구가 하나 생길지도 몰라..

만일 잔디에게 사과를 하나 주면 조그만했던 잔디는 열매의 양분으로 더 잘자라겠지..

네가 사과나무인건 사과를 맺기 때문일거야..

네가 잔디에게 사과를 줄때마다 잔디는 네게 사과나무임을 다시 알게 될거고..너의 이름을

불러주겠지..

그러면 넌 잔디가 너의 이름을 불러줄때마다 네가 너임을 알게 될거야..

그리고 사과나무로서... 너를 돌아볼수 있겠지..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은 잔디에 누워서 너를 바라볼꺼야..

네가 주는 그늘의 편안함으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겠지..

또 그윽한 사과의 향기는 아주 매력적인 너의 모습으로 기억하기에 충분할꺼야..

 

사과나무... 빠알간 사과 열매를 아름아름 매달고 있었을때가 언젠지 모르겠어..

예전엔 푸른 잎사귀들사이에 사과가 열리면 푸른 하늘에 내 모습을 비춰보고는 했었는데..

 

(힘든 모습으로 어린왕자에게 사과를 하나 건넨다..)

 

어린왕자.. .......... (사과를 먹고 나서 씨앗을 땅에다 심는다..)

나에겐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는 장미가 한송이 있어..

이 땅속에 묻힌 씨앗도 너를 기다려줄거야..

내가 돌아갔을 때 장미를 시들어있었지만 나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다시 피어났단다..

씨앗도 너를 만나기 위해 많은 날들을 땅속에서 기다리겠지..

씨앗이 나올 무렵엔 너또한 너의 그 풍성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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