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대림 제1주일

인쇄

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1-12-06 ㅣ No.2071

대림 제1주일(가해. 2001. 12. 2)

                                              제1독서 : 이사 2, 1 ∼ 5

                                              제2독서 : 로마 13, 11 ∼ 14a

                                              복   음 : 마태 24, 37 ∼ 44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어떤 마을에 신앙심이 깊은 수도자 한 명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20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이면 마을 광장을 지나 회당으로 기도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경찰이 평소처럼 아침 기도를 가는 그를 불러 세우고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습니다.  '잘 모르겠소.'  '모르겠다니 그 무슨 뜻이오?  당신이 20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기도를 하러 회당으로 가는 것을 내가 쭉 지켜보았는데 어디를 가는지 모른다고?  흥, 내 당신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말을 끝낸 경찰은 다짜고짜 그 수도자를 질질 끌고 가서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막 자물쇠를 잠그려는 순간 경찰과 수도자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수도자의 눈은 어느 때보다 더욱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당황하는 경찰에게 수도자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거 보시오.  조금 전에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고 했던 내 말을 이제 이해하겠소?'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을 때 올 것이다.  너희는 늘 준비하고 있어라."  오늘 복음 말씀에 따라 우리는 오시는 주님을 준비하는 대림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림절이란 무엇일까요?  교회의 전례주년을 여는 첫 번째 시기.  예수님이 오심을 기다리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기.  기쁨·희망·참회·기대 같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  이것이 대림절에 대한 사전적인 풀이입니다.  오늘이 바로 대림절의 시작입니다.  전례력의 또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새 출발이며 새로 태어남의 의미를 지닙니다.  대림절의 주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리스도의 오심과 우리의 기다림입니다.  2천년 전 베들레헴에서는 아기로 오셨으며, 마지막 날에는 영광과 구원의 왕으로 오실 것이며, 또한 주님을 알아모시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순간 순간마다 오시는 그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때인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대림 제1주일의 전례와 말씀은 언제 올지 모르는, 그러나 확실히 오시는 주님의 마지막 오심에로 우리를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 예언자가 이스라엘이 종교적,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여 군사 동맹에 의지함으로써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을 때 선포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만이 그들을 하나로 모으시고 평화를 이루어 주실 수 있는 분이기에 백성들은 그 하느님께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잠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왔다고 촉구하십니다.  그 이유는 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어둠의 행실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고 권고하십니다.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삼거나 하지 말고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 몸을 무장하자고 기다림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권고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도둑이 언제 올지를 알면 미리 방비하여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 아니냐?"라고 하시며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도둑이 들어 올 수 없게 방범 체제까지 갖추어 24시간, 전천후 예방 조치합니다.  그러나 주님이 언제 올지 모르는 것에 대한 준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죽음이 급작스럽게 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만, 의학적 조치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언제쯤 되리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 가서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오심은 죽음이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처럼 언제 올지 모릅니다.  그러나 평소에 준비한 이들이 죽음을 잘 맞이하듯이 일상 생활 속에서 준비한다면 예수님께서 언제 오던지 걱정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20년을 넘게 같은 곳으로 기도하러 가던 수도자가 매일 자신이 가는 길이 어딘지 모르듯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예수님께서 언제 올지 모르기에 준비하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믿음은 종교의 시작입니다.  기다림은 믿음의 뿌리입니다.  기다림이 더욱 소중해지는 시절에 맞이하는 이번 대림절이 더욱 간절한 기다림으로 충만하길, 그리고 그 기다림에서 자란 믿음이 더욱 튼튼해지길 바랍니다.  준비하는 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삶의 모습에서 보여 주어야 하겠습니다.

 



27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