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모욕과빈곤과박해와곤궁을달게받습니다(2고린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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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oteresa] 쪽지 캡슐

2000-07-06 ㅣ No.1371

(나해) 연중 제 14 주일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약해지는 것을 만족하게 여기며,      모욕과 빈곤과 박해와 곤궁을 달게 받습니다"   

                                  (2고린 12,10)

 

누구나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 그만큼 안되더라도,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여졌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내가 커지고 싶은 교만한 마음이 나를 더 작게 만들고, 다가오는 시련이 은총으로 받아들여지면 하느님은 그런 나를 통해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십니다. 보잘 것 없는 모습을 통해 드러나시는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복 음 (마르 6,1-6)

예수께서 그 곳을 떠나 제자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 가셨다. 안식일이 되어 회당에서 가르치시자 많은 사람이 그 말씀을 듣고 놀라며 "저 사람이 어떤 지혜를 받았기에 저런 기적들을 행하는 것일까? 그런 모든 것이 어디서 생겨났을까? 저 사람은 그 목수가 아닌가? 그 어머니는 마리아요, 그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유다, 시몬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도 다 우리와 같이 여기 살고 있지 않은가?" 하면서 좀처럼 예수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서나 존경을 받는 예언자라도 자기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거기서 병자 몇 사람에게만 손을 얹어 고쳐 주셨을 뿐, 다른 기적은 행하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믿음이 없는 것을 보시고 이상하게 여기셨다.

 

 

제 1 독서 (에제 2,2-5)

그는 나에게 기운을 불어 넣으시어 일으켜 세우시고 말씀을 들려 주셨다. "너 사람아! 나에게 반항하는 역적의 무리,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가 너를 보낸다. 그들은 조상 때부터 오늘까지 나를 거역하기만 하였다. 그 낯가죽이 두꺼운 자들, 그 고집이 센 자들, 그런 자들에게 내가 너를 보낸다. ’주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고 내 말을 전하여라. 본래 반항하는 일밖에 모르는 족속이라 듣지도 않겠지만, 듣든 안 듣든 내 말을 전하는 자가 저희 가운데 있다는 것만은 알게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제 2 독서 (2고린 12,7ㄴ-10)

(내가 굉장한 계시를 받았다 해서 잔뜩 교만해질까봐 하느님께서 내 몸에 가시로 찌르는 것 같은 병을 하나 주셨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으로서 나를 줄곧 괴롭혀 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교만에 빠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 고통이 내게서 떠나게 해 주시기를 주님께 세 번이나 간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너는 이미 내 은총을 충분히 받았다.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하고 번번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리스도의 권능이 내게 머무르도록 하려고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나의 약점을 자랑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약해지는 것을 만족하게 여기며, 모욕과 빈곤과 박해와 곤궁을 달게 받습니다. 그것은 내가 약해졌을 때 오히려 나는 강하기 때문입니다.

 

 

 

                                                                      길라잡이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오늘 제 1 독서는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인간 역사 안에서 설득력 있게 하느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예언자의 고충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에제키엘은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바빌론 귀양의 암담한 시대에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활약했던 예언자였습니다.

그는 자신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된 처지가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지 않았던 교만의 결과였고 그러한 고집을 꺾지 않는 한, 그리고 하느님 말씀에로 다시 귀 기울이지 않는 한 결코 구원의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던 상황임을 잘 알던 예언자였습니다.

그러한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듣든 안 듣든 내 말을 전하는 자가 저희 가운데 있다는 것만은 알게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에제 2,5)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에제키엘은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의 이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예언자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은 아직도 당신의 계약을 충실히 지키시는 분임을 제 1 독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자기 안에 도사린 교만한 마음 때문에 늘 고민하고 괴로워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한 바오로에게 교만에 빠지지 않는 당신의 자녀가 되도록 하느님은 다음과 같은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2고린 12,9).

이 기도의 응답대로 살기 위하여 바오로는 스스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욕받고 가난해지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삶이 오히려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으며 자신의 약점이 하느님 은총의 도구임을 깨달았다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은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줍니다.

고향에 돌아온 예수께서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그의 가정 배경과 신분의 이유를 들어 주님을 불신하는 복음의 이야기를 우리는 듣게 됩니다. 이러한 불신과 사람들의 폐쇄적인 태도는 1 독서 예언자 에제키엘과 같은 맥락에서 말씀을 전하는 사람의 고충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어디서나 존경을 받는 예언자라도 자기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마르 6,4)고 한탄하시며 더 이상 신앙을 강요하거나 하느님 나라의 징표인 기적을 베풀지 않으십니다. 그들이 보여준 신앙의 몰이해, 선입견, 자기 식의 판단 등은 오히려 구원에로 초대하는 하느님의 은총과 선물을 받아들이는데 장애가 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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