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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랍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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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아 [cieloblu] 쪽지 캡슐

1999-01-23 ㅣ No.424

 

지금은

 

 

 

 

가끔 내게 이런 긴 고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곤 했지.

 

슬픔일 때도 있고,

공허일 때도 있었어.

 

그리고 다른 세상에 대한 그리움일 때도 있었지.

 

그 때는

닿을 수 없는 것을 꿈꾸는 것은

잔인할 정도로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내 주위의 호수들이 모두 말라버린걸

발견한 지금은,

 

내게

눈물조차 말라버린걸 알게된 지금은,

 

예전에 내게 먼 세상을 꿈꾸게 했던 음악들을,

신문을 읽듯

뉴스를 듣듯,

건조하게 흘려보내지.

슬픔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어.

 

진정한 의미의 슬픔이란,

울어지지도 않는 것,

뭔가가 그립지조차 않은 것,

그리고 나는

이렇게 태연한 것.

 

진흙으로 인형을 빚어

태양아래 말리지.

조금씩 말라가면,

마치 완성된 듯 보이지만,

 

표면엔 하얀 가루가 드러나고

그리고 여기저기가

바삭바삭 건조해져

갈라져 버리지.

 

그게 나야.

내가

나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어.

 

울 수 있을 때는

진정으로 불행한게 아니었다고,

그렇게 생각해.

 

 

 

 

 

 

*베난시오 수녀님, 411번 의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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