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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 아침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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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린 [dlchang] 쪽지 캡슐

2008-11-13 ㅣ No.6666

 

수능시험날 아침풍경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출근준비를하고 집을 나섰다.


수능시험을 치루는 혜성여고가 위치한 7시 30분경의 하계동 거리 풍경은 평소와 달리 생소


해 보였다.


아이들을 시험장으로 데려다주기위한 승용차의 행렬로 도로가 복잡하였다.


상대적으로 출근을 서두르던 사람들이 적어보였다. 시험을 치루는 선배들을 위해 학생들은


임시휴교를 하였으며, 학교 주위의 거리는 온통 시험을 치루는 학생들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학교 앞 도로에는 많은 승용차와 긴장된 모습으로 부모와 함께 학교로 향하는 아이


들이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시험이라는 굴레에 갇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였던 아이들에게 연민


의 정을 느끼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한 세기전의 우리들의 학교 입학시험의 모습도 이


와 별로 다름이 없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와 지금의 변모한 모습 중에 하나를 곱아본다면 아이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가장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험장으로 향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잠시 스케치 하였다.


두툼한 외투를 차려입은 수험생으로 보이는 딸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꼬옥잡고 혜성여교 시


험장으로 가고 있었다.  옆에는 아이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윈 몸의 여인이 도시락이 들었을


짐직한 가방을 들고 따라가고 있었다.


학교 담장을 끼고 도는 커브에서 그들의 얼굴표정을 잠시 읽을 수 있었는데, 그들의 적막한


침묵 속에는 서로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얼굴에 묻어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험날 아침에야 비로소 부모는 아이에게 아이는 부모에게 모두 미안해하고 있었다.


부모는 좀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점을 미안해하였고


아이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고 있었으리다.


아이의 고개가 아빠의 큰 어께 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었다.


십팔 년 길지 않은 생을 살아오는 동안,


가장 어려움을 접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잠시 후 펼쳐진 어른들의 객관적 평가의 결과


앞에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꽉잡은 손을 통해서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였고,

  

그녀에게 느끼는 확신 없는 두려움을 아버지의 사랑으로 감추어질 수 있기에 그녀의 고개는


자꾸 아버지의 어께 쪽으로 기울고 있으리라…….


아이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아이로부터 전적으로 신뢰받는 아버지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게


보였다.


보온 도시락에 담긴 따스한 온기가 수능시험 장에 전해졌던 포근한 가족의정이 담긴 수능날 아침


풍경이었다.

 

오늘 시험본 아이들 모두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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