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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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hmarianna] 쪽지 캡슐

1999-09-09 ㅣ No.762

+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청년성가대 허윤희 마리안나임다.

산에는 조금씩 낙엽이 지고, 대추도, 밤도 풍성히 익어가고 있겠죠? 북한사람들은 자유를 그리워 하죠... 자유를 너무나도 많이 가진 우리들은 늘 자유롭지 못하다고 불평을 합니다. 모든 것으로부터의 구속...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어머니의 잔소리가 그렇고, 세상에 잘못된 모순들이 우리를 구속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꿈은 그렇지 않은데 힘든 세상살이가 우리의 희망과 꿈을 구속합니다. 아직은... 20대라는 나이가 그런가 봅니다. 아무리 맘을 잡고 정돈을 하려고 해도 생각은 더욱 복잡해 집니다. 그리고 조금씩 의무와 책임-나이가 짊어져야 하는-을 알아가는 일들이 받아 들이기 버겨운 일처럼 무겁게 다가 오기도 합니다. 오히려 사춘기(10대)때의 방황은 20대의 방황보다 나은것 같습니다. 단순하거든요. 10년동안의 신앙생활... 하느님을 믿는다고 입으로는 말하고 다녔지만 과연 그 10년동안 나는 내 자신과 내 가족과 하느님을 위해서 참다운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는지... 그나마 그동안의 성당봉사활동을 종교라고는 가지고 계시지 않은 부모님의 이해에 감사할 뿐입니다. 최근에 아주 큰 ’정신적 공황’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어떠한 생각도 나를 행복하게 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정신은 너무나도 황폐해져서 생각하는 일 자체를 아예 무시하곤 했었죠. 그냥 느끼는 대로, 마음가는대로... 말 그대로 너무나도 많은 자유가 주어져서 그랬는지, 주체하지를 못했습니다. 아직도 그렇습니다. 뭐, 대체로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갈등하던 문제들이 마술처럼 한두개씩 풀려가고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던 고민들이 떠나가서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 허무합니다. 삶과 나이와 현실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내 모습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 순간은 나를 사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죠... 내게 부족한 게 있다면 아마 그건 큰 은총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졌다면 아마 바보가 되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건 투정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 풍요를, 내 안의 감성을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감사할 대상이라는 것을 말이죠... 살다보면 마음이 그럴 때가 있습니다. 오늘처럼 넋두리를 늘어놓고 싶을 때... 이런 저의 마음에 하느님이 다가와 주신다면 바랄께 없겠지만 제가 부른다고 하느님이 와 주실까요? ^-^ 그래도 살아 볼 만 합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주셨으니까요... 일원동 성당에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충고도 해주시고, 기도도 보내주셔서 감사드려요...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저의 재미없는 넋두리를 들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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