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바오로 신부님과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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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련 [monica36] 쪽지 캡슐

1999-09-20 ㅣ No.782

게시판에 마지막강론에 관한 글들을 읽으니 눈물이 핑-도네요.

(어제 많이 아파서 주일미사 못드렸거든요.)

일원동에 이사왔을 때 성당을 찾으니 하상회관 지하에서 이상하게 미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우린 결혼하고 안정된 성당에 못다니고 왜 맨날 이럴까? 불평했죠. 하지만 성전완공의 기쁨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죠. 저의 가정은 근 2년여 동안 가장 가까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엄청난 시련을 겪고 살고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큰딸 세례도 주시고 시아버님께서 위중하실 때 말가리다 자매님 보내주셔서 교리도 해주시고 위로도 해주시며, 대세 받으시고 하늘나라로 가시는 영광도 주셨습니다.

작년엔 시어머님께서 세례 받으시고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고 계시죠.

제가 떠나보낸 사람들 생각을 하니 비도 오고 명절도 가까워 오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신앙안에서 항상 만날 수 있고 다시 만날 수 있으니 기쁘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혹시 신자들에게 섭섭한 일 있으시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 잊어버리고 편안히 가세요. 신부님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고 입니다. 이젠 건강 신경 쓰시고 안녕히 다녀오세요. 이해인 수녀님 시 한편 보내드립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루가 5,1-11

 

주님

겐네사렛 호수에서

당신의 제자들이

많은 물고기를 잡은 것처럼

저는 날마다

마음의 호수에서

많은 물고기를 낚아 올립니다

 

지느러미 하늘대며 펄펄 살아 뛰는

그 싱싱한 물고기들의 이름은

희망, 기쁨, 겸손, 인내-

모두가 아름다운

당신의 선물입니다

 

당신 말씀대로 호수 깊은 곳에 그물을 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이 잡힌 물고기에

제자들이 놀란 것처럼

저도 당신의 크신 사랑과 능력에

할 말을 잃어버린 작은 어부입니다

 

주님

때로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제가 절망의 한가운데서

빈 그물을 씻을 때마다

당신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

 

그리고 당신 말씀대로

마음 깊은곳에 기도의 그물을 치면

비늘이 찬란한

희망과 기쁨의 고기가 잡혔습니다

삶에 필요한

겸손과 인내도 많이 얻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저의 뜻을 따라 살지 않고

멀리 떠날 준비를 하게 하소서

배와 그물조차 버리고

당신을 따라 나선 제자들처럼

모든 정든 것을 버리고도 기쁠 수 있는

사랑의 순명만이 승리할 수 있도록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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