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나병환자들의 손을 잡았을때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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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0-07-15 ㅣ No.1201

청량리에서 경원선을 타고 가시다보면 경기도 양동이라는 곳이 나옵니다.(양평 아닙니다.)

 

이곳에 가시면 상록촌이라는 음성 나환자촌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적부터 최근 경기도 행신1동 본당으로 교적을 옮길때까지 다니던 서울의 가좌동 성당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입니다.(지금은 모르겠어요.)

 

그곳에 가시면 가좌동성당 청년들이 땀을 쏟아 만든 십자가의 길 14처가 있는데요.

 

가파른 산길깍아 돌로 축대 쌓아가며 만든 얼마나 멋지게 만들어놨는지 비전문가들인 일반 청년들이 만들었다는것이 믿기지 않으실겁니다.

 

그건 제 선배님들이 이루신 업적이고요.

 

제가 청년이 되어 여름에 봉사활동을 하러(매년 갑니다.)2년간 간적이 있는데 기껏해야 보수공사 내지는 가정집 보수 공사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것이 아니고 그분들과 저의 가좌동성당 청년들과의 끈끈한 우정 이야기를 하려구요.

 

괴짜 형님,누님들이 많아서인지 그분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고 특별히 봉사기간이 아님에도 토요일날 불쑥 찾아가 "어휴! 배고파서 밥 먹으러 예까지 왔어요. 밥좀줘요."하며 제집 안방 드나들듯이 하더라 이겁니다.

 

그러니까 또 그곳 나환자 분들도 어느 주일날은 예고도 없이 불쑥 저희 성당에 찾아와서는 "술한잔 해야지?"하며 그렇게 식구처럼 지냈습니다.

 

언젠가 청파동 본당에서도 그곳으로 여름 봉사활동을 하러 오셨는데 저희랑 겹쳤어요.

 

우리들은 뿔뿔이 나뉘어 그곳 가정집에서 숙박을 했고 청파동 본당분들은 그곳 공소에서 기거를 하셨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그곳 주민들이 저희들만 끼고 돌으시는것 같아서 청파동 교우분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저는 84년 85년 두해를 그곳에서 여름 봉사활동을 했는데 처음 갈때는 솔직히 무척이나 두려웠습니다.

 

막상 가서보니 더 두려웠습니다.

 

아무리 음성이라곤 하지만 악수를 해야하고 또 숙식도 같이하니 어린마음에 기겁도 했던것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티내지 않았습니다.

 

형님들 누님들 노동할때 제가 맡은것은 동네 아이들과 놀아주는 거였습니다.

 

그냥 물가에 가서 물장구치고- 제일 편한 보직이었죠.

 

제가 달리 피터팬이겠습니까?

 

엄마들도 못달래는 떼쓰고 우는아이 저한테 맡겨 보십쇼.

 

10초안에 까르르~입니다.(자기들 친구인걸 알아보는 거겠죠.)

 

벌써 15,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군요.

 

한번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늘 마음뿐인 제가 밉습니다.

 

혹시 아직도 나를 기억할까? 싶은 걱정도 앞서고요. 하지만 가좌동 성당 출신이다.하면 알아보실 겁니다.

 

혹시 묻겠습니다.

 

가좌동 성당 교우 여러분. 요즘도 그곳에 왕래 하십니까? 만일 아직도 그 전통이 남았다면 이참에 같이 한번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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