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토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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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소
눈을 감아도
흐려지지 않는 잔상이 있을 때
나의 전신을 토르소에 붓는다.
달리려 해도 나의 다리는 늪에 빠져있고,
팔을 들어 구원을 짖고자 해도 나의 손은 이미 그 형상을 잃었다.
망념에 지친 끝에 나의 목을 따고 팔과 다리를 자른 뒤
토르소가 되었다.
표정도 생각도, 미소도 눈물도 없는
사지의 몸부림 없이 그저 흙뭉치로 존재하는 토르소
주님이시여!
나의 단상과 몸짓들은
결국 당신으로부터 나를 멀리 떨어뜨리고야 맙니다.
나의 머리 속 두부가 악의 꽃을 피울 때,
나의 손이 민첩하게 무엇을 저지르느라 땀 흘릴 때,
나의 발이 비참과 잔악의 길을 가고 있을 때,
나를 받으소서.
가시관을 받아 쓸 머리도,
못박힐 손과 발도 없는
나의 토르소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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