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이아침의 시~

인쇄

김형철 [HABYBY] 쪽지 캡슐

2000-07-11 ㅣ No.2916

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서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3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