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성당 게시판

1999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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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근 [nffckim] 쪽지 캡슐

1998-12-22 ㅣ No.62

 

 1999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대희년과 복음선포

 

 "복음선포는 내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첫째가는 봉사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대희년을 선포하시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대희년 준비를 시작하게 한 섭리적인 사건이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00년대 복음화 기도문]에서 우리 모두가 기도해왔듯이 복음화란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며 주님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입니다.

 

서울대교구는 92년도부터 '2000년대 복음화'를 위한 장기적 사목목표를 세우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해왔습니다. 우리는 소공동체를 이루어 주님의 말씀이 소공동체의 중심이 되도록 했습니다. 92년부터 복음 나누기를 반모임, 구역모임에서 시작했고 이제는 생명의 말씀인 복음이 우리를 변화시켜 친교의 공동체로 성장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소공동체 안에서 점점 평신도 사도직이 살아나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때 받은 사명을 실천해 가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공동체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복음선포의 공동체로 더욱더 성장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근본적인 사명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여 당신 구원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수난하시기 전에 성부께 얼마나 간절히 기도하셨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청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천지창조 이전부터 나를 사랑하셔서 나에게 주신 영광을 그들도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요한 17,21. 24 참조).

 

 

1. 왜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까?

 

그리스도께서는 유일한 구세주요 그분 홀로 참하느님이 누구이신지 알려주며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베드로는 앉은뱅이를 고친 다음 자신을 심문하는 유다 지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불구자였던 저 사람이 성한 몸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된 것은 바로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힘입어 된 것입니다. 사람에게 주신 이름 가운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이 이름밖에는 없습니다"(사도 4,10. 12)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사도 바오로는 "주님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이 계실 뿐이고 그분을 통해서 만물이 존재하고 우리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살아갑니다"(1고린 8,5-6)고 하시면서 이 기쁜 소식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세 차례나 긴 전도여행을 하셨던 것입니다.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면 내게 화가 미칠 것"(1고린 9,16)이라고 하신 이 말씀을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신 이 기쁜 소식은, 모든 사람들이 알 권리가 있고 알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우리는 이 선물을 감추거나 자기 자신에게만 국한시킬 수는 없습니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의 시카르라는 동네에 이르렀을 때 그 분 자신도 몹시 지치셨습니다. 때마침 사마리아 여인이 물을 길으러 왔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좀 달라고 청하셨을 때 그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께 "당신은 유다인이고 저는 사마리아 여자인데 어떻게 저더러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요한 4,9)라고 반문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 무엇인지, 또 너에게 물을 청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나에게 청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너에게 샘솟는 물을 주었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요한 4,10. 14)라고 말씀하시자 그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을 따르는 새로운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런 일상적인 사건 속에서도 예수님께서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십니다. 모든 이들에게 주님을 선포하는 것이야말로 내 이웃과 사회에 제공하는 첫째가는 봉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바오로 사도가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말씀을 선포하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꿋꿋이 계속하시오"(2디모 4,2).

 

 

2.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모든 복음사가들은 부활하신 주님과 사도들의 만남을 알려주며 주님께서 그들 모두를 파견하시는 분부로 복음서의 끝을 맺고 있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사람을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마르 16,15-18)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쁜 소식의 선포는 하느님의 일이며 예수님의 사명입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을 때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면서 그들의 마음이 성령으로 가득 차서 성령이 시키는 대로(사도 2,2-4 참조)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동포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나자렛 예수는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이었습니다"(사도 2,22). 이렇게 성령의 충동으로 복음은 놀랍게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 아니라 온 세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복음선포의 현실은 어떠한지 살펴봅시다.

 

한국교회는 1970년-1980년대에는 놀라운 속도로 예비신자들이 증가하였습니다.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선교 200주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풍부한 결실을 이루었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자수의 증가율이 현저히 둔화하고 있습니다. 서울교구 신자 통계에 의하면 신자 증가수가 1990년도에 53,000명이었는데 1997년도에는 25,00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행불자 수를 보면 1990년도에는 13만 명이었는데 매년 증가하여 1997년도에는 22만 8천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교회의 선교 사명]을 발표하시면서 교회의 역사를 비추어 볼 때 선교 열의는 언제나 교회 활력의 표지였고, 반대로 선교열의 감퇴는 신앙 약화의 표지였다는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요즈음 몇몇 본당에서 300%에서 400%의 예비신자 증가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는 선교 열의가 있는 몇몇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기도와 선교의 열성을 통하여 이루어낸 결실임을 알게 됩니다.

 "복음선포는 전체 교회 공동체와 함께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개인에게만 속한 것은 아닙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45항).

 

초대교회 신자들이 성령을 받고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복음을 예루살렘에서 시작하여 온 유다와 사마리아를 거쳐서 땅 끝까지 전파하였듯이 우리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주님의 기쁜 소식을 곳곳에 전파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금년부터 모든 공동체(반모임, 구역모임, 본당)에서는 선교를 위한 특별기도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기도와 함께 서울교구 신자 모두는 한 사람씩 주님을 모르는 사람을 주님께 봉헌하며 사마리아 여인과 같이 샘솟는 물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 선교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잃은 양들에 대해서도 모든 공동체가 특별한 기도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예비신자 교리와 예비신자 모집과 대부대모 및 영세 후의 관리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 본당에서는 예비신자 교리서 [함께 하는 여정]의 방법을 통해 예비신자들을 중도 탈락 없이 거의 다 영세시키는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예비신자들이 와도 그 중의 50% 내지 60%밖에 입교시키지 못하는 본당이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3. 대희년 셋째 해인 성부의 해

 

이제 대희년을 향해서 나아갑시다. 대희년 준비의 마지막 해인 1999년도의 목표는 신앙인들이 시야를 넓혀 그리스도의 눈길 곧 "하늘에 계신 아버지"(마태 5,45 참조)의 전망 안에서 사물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서울대교구에서는 이미 모든 공동체 안에서 아모스 복음 나누기를 도입한 [희년의 실천]이라는 교재를 만들어 실시하고 있습니다. 몇몇 특별한 사람만이 개인적으로 대희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동체(반모임, 구역모임, 본당)들이 그리스도의 빛으로 우리 주변의 현실을 바라보고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드러낼 것인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사랑으로 저희를 당신 몸의 지체로 불러주셨으나 오늘 저희의 모습은 너무도 미흡하나이다.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지 못하고 세상의 부패 속에서도 소금이 되지 못하고 있나이다"(2000년대 복음화 기도문 중)라고 겸손되이 기도하였습니다. 이제 새로이 마음을 다져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고 노력하여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주위에 성장하고 확장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대희년 준비 셋째 해를 맞이하여 중요한 관점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제삼천년기 51항)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감은 곧 그리스도를 택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서있는 그만큼 그리스도께로 회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태어나실 때부터 가난하셨고 철두철미하게 가난한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소위 IMF 경제위기로 인해 실직된 사람들과 거리의 노숙자들과 외국인 노동자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관심과 배려와 사랑을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2000년 동안 성장한 원동력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빈부의 차별없이 모든 이에게 대희년의 기쁨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성령께서  우리 교회와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4. 맺음말

 

성령의 이끄심으로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한 후 저는 끊임없이 우리 성직자들과 수도자들과 모든 형제자매들의 가정을 위해서 기도해왔습니다. 비록 여러분을 다 만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기도 안에서 여러분을 만나려 했습니다. 취임 후 첫번째 사목교서의 주된 관심은 복음선포에 대한 열의입니다.  

 

성자께서 이 세상에 파견되어 오신 근본적인 사명이 복음선포이며, 사도들의 첫번째 사명도 복음선포였습니다. 사도들의 후계자인 교구장으로 선임된 저는 우리 나라에도 더욱 복음화가 되는 은총을 주시기를 하느님께 간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전세계 인구 중에 평균 약 18%이니까 한국교회도 최소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이 어찌 우리 힘만으로 되겠습니까.  성령께서 함께 하시지 않고서야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러한 우리 주님께 모든 하느님 백성들이 복음선포에 앞장설 수 있도록 간구하겠습니다. 저와 함께 모든 가정, 모든 공동체, 모든 본당과 수도회가 이를 위해 특별한 지향을 갖고 끊임없이 기도해주십시오. 끝으로 주님의 종인 교구장으로서 성직자, 수도자, 교형자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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