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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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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아마도 어디선가 흘려들은듯한, 모짜르트와 더불어 창조의 고통을 겪지 않은 두명의 천재 중 한명이라던. 역사적 인물의 알려져 있지 않은 행적에 '상상'이라는 것을 투과시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창조해 낸 영화들. 우리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 그러하고(부디..),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가 그러하다. 허구가 주는 매력. 상상이 주는 놀라움.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왔던 부분은 극에 등장하는 연극 배우들이 극의 내용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연습을 시작하는 점이다. 그들은 일반 관객처럼 셰익스피어가 써대는 그 비극으로 함께 빠져드는데, 그 과정은 정말 가슴이 뛸 정도로 흥분된다. 돈 많은 제작자의 표정을 한번 보라.
셰익스피어 마니아라면 몇 배는 더 즐겁게 즐겼을 법하지만, 셰익스피어를 잘 모르는 본인같은 관객도 충분히 즐겁게 볼수 있다. 마크 노먼과 톰 스토퍼드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속도감있는 전개와 상투적이지 않고 유치하지 않은 결말까지 절묘하게 얽혀들어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절묘함이란.
기네스 팰트로와 조셉 파인즈의 연기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엘리자베스 여왕역의 주디 덴치, 돈과 힘(물리적인)을 가지고 있는 얼빵한 제작자역의 톰 윌킨슨, (영화를 보면서 내내 그가 누군였는지를 생각했는데, 프리스트의 신부와 풀몬티의 제랄드라는걸 나중에야 떠올렸다.) 힘없는 극장주, 계속 개와 코미디를 외쳐대는 제프리 러쉬, 스타연극배우역의 벤 애플랙, 크리스토퍼 말로우 역을 맡은 게이 배우 루퍼트 애브렛까지.. (크리스토퍼 말로우 또한 동성애자였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그 사실을 미리 알고 봤더라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생각했다) 배우들의 호연 또한 볼만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이 영화를 보면 어쩔수 없이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되는데,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비하면 그 영화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은 뮤직비디오에 불과하다.
영화를 보고 다음날 셰익스피어 사이트만 뒤졌다. 그러면서, 실제 사실과 픽션을 그렇게 뭉뚱그려 하나의 이야기로 재창조해버린 그들에게 다시 한번 탄복한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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